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은 느리고 한이 많은 멜로디가 많다.

궁중 정악인 종묘제례악도 그렇고 수제천, 가곡, 민속악 산조 중 진양조 장단의 선율, 남도잡가 육자배기 등 그 빠르기가 평범하고 일상적인 호흡을 넘어 보통 사람이 느끼기에 어려울 정도로 느린 곡이 많다.

이러한 느림의 미학은 때론 빠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또 다른 이면의 쉼을 주는 모습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국악을 옛 고전으로만 생각하고 느리고 어려운 음악으로 치부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므로 국악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존재감에 비해 지극히 약한 대중성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요인 중 하나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어난 전통음악의 수난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의 국악은 민족의 수난에 따라 음악도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총독부 산하 음악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를 두고 가능한 방법으로 국악을 탄압하였고 자신들의 음악 문화를 인식시키는 데 매진했다.

해방 후에도 서양의 도제화된 음악과 일제강점기 시절 폄하된 국악에 대한 관념이 더욱 우리 음악을 국민들에게 멀어지게 했으며 그러한 존재감과 허물어진 대중성은 현대에까지 전해지게 된다.

전통음악의 정신을 계승하고 대중화를 위해 현대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미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었다.

대한제국 이왕직아악부가 그러했으며 궁 밖으로는 조선 음악연구회도 그러했다.

해방 후 1960년대부터 국악은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전통음악의 조성을 기본으로 다양한 서양음악의 기법을 폭넓게 받아들이면서 많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국악의 현대적 수용을 위한 노력은 다양한 국악의 창작 연주회, 전통음악 축제 등 많은 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에 있어서 반드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은 한민족의 관념과 공간 속에 만들어질 새로운 전통의 창작이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제작 과정을 보편성이라는 말과 함께 동시대성이라는 관계로 접목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서 각 나라와 역사를 불문하고 더불어 성급히 공유하고 접목한다면 그것은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인 듯 비추어지는 모순이자 성급한 방향성의 합리화이다.

그렇다고 해서 옛것을 계승하고 창작함에 있어 낡은 껍데기만을 이어받고 허울 좋게 포장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 속에 있는 깊은 정신과 방식을 이해하며 올바른 계승과 창작 그리고 자국의 올곧은 전통 수용이 병행되어야 하고 자아의 존재감을 안고 동시대성을 묘사할 줄 아는 음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음악의 현대적 수용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역사적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의 민족음악이 세계음악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고민과 좌절, 용기, 도전이 함께해야 할 것이다.

전통 국악인의 창작 그리고 공연 기획자의 창작 등 모두 자국민이 먼저 이해하고 감응할 수 있는 음악이 되어야 한다.

창작국악의 시도는 벌써 90년이란 경험과 시간이 흘렀다.

이제 우리는 더욱 면밀한 전통음악의 현대적 고민을 안고 노력해야 할 시기에 도래했다.

무엇보다 본질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확인되어야 할 것이며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에도 ‘한국인’이란 이해를 져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김용호 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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