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물소 왕이 떼를 거느리고 초원에서 살고 있었다.

배고프면 풀을 뜯고 목마르면 샘물로 목을 축이며 자유롭게 지냈다.

그러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가 되면 물소 왕이 선두에서 무리를 이끌었다.

물소 왕은 생김새가 위풍당당하고 위엄이 있었지만, 성격은 매우 유순한 편이었다.

어느 날, 물소 왕이 무리를 거느리고 지나가는 모습을 근처에서 뛰놀고 있던 원숭이가 보게 되었다.

원숭이는 물소 왕에게 진흙을 뿌리고 돌을 던지며 입술을 비죽거리면서 욕을 해댔다.

그러나 물소 왕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상대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원숭이는 물소 왕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이번에는 그 뒤를 따라오는 물소 떼에게 진흙을 뿌리고 돌을 던지며 그들을 놀렸다.

물소 떼는 화가 났지만, 자신들의 우두머리인 물소 왕이 잠자코 지나는 모습을 본 터라 그들 역시 원숭이를 상대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쳤다.

원숭이는 물소 떼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자기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해서 매우 의기양양해졌다.

그때 무리에서 뒤처진 새끼 물소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신이 난 원숭이는 새끼 물소 뒤를 따르며 침을 뱉고 욕을 했다.

새끼 물소는 무척 화가 났지만 앞서간 어른 물소 떼가 전혀 원숭이를 상대하지 않았음을 돌이키며 생각했다.

‘어른들의 행실을 본받아야 해.’

그래서 새끼 물소는 앞뒤를 못 가리고 경거망동하는 원숭이를 피해 앞서간 물소 떼를 따라가 버렸다.

원숭이는 이제 자기가 천하무적이라는 망상에 빠졌다.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을 따라오고 있었다.

원숭이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재주를 피우며 사람들을 향해 진흙을 뿌리고 돌을 던졌다.

게다가 요리조리 뛰어다니면서 욕을 퍼붓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원숭이의 행동에 무척 화가 나서 원숭이를 포위해 붙잡았다.

그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원숭이를 실컷 두들겨 팼다.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고 천하제일이라고 으스대던 원숭이는 결국 사람들의 손에 맞아 죽고 말았다.

원숭이의 전해오는 우화寓話처럼 세상엔 작은 권세와 얕은 지식을 이용해 주어진 현실의 명분을 모순인 양 비판하고 작은 권세를 대단한 권리인 듯 착각하고 휘둘러 자신을 절대자인 척 생활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 행위로 인해 자신은 해가 될 줄 모르고 마치 면죄부를 누리는 특권층처럼 자신의 주장을 공론화하여 자가당착을 만들고 그러한 허술한 판세를 이어가려 한다.

우유부단한 것과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독선獨善과 서두름은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허둥대게 한다.

자기 생각만 믿고 늘 서둘러 말하는 사람, 가볍게 행동하는 사람이 실수를 한다.

그러한 자신의 존재감과 자만심으로 주변인과 조직에게 피해와 당혹감을 안겨준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삶의 방향일까 의심스럽다.

자신의 독선으로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남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 의도와 견해는 무시되고 더 나아가 진실을 왜곡하게 하며, 서로 간의 이견을 일으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능률을 떨어지게 한다.

또한, 주어진 현실을 자세히 판단치 못하고 무조건 자기 방식대로 비판하고 공략攻略하여 상대방은 상처와 아픔으로 남게 된다. 

이제 우리 모두, 신뢰받는 명분과 그에 따른 협치, 배려 그리고 자기에게 맞는 삶의 속도와 리듬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적어도 남에게 득이 되는 삶은 아니어도 해가 되지 않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김용호 전라북도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한국학 박사(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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