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최고의 화가, 그의 곁엔 그녀가 있었다

장욱진 화백의 배우자, 그녀의
가족 에피소드-희생적인 삶 담겨

그녀가 살아계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1921년생이라 올해로 만 100세군요.

2019년에 그녀가 한국 나이로 백살이 되었을 때 가족과 지인들이 출판했군요.

한국 현대화의 양대 거목이라면 <김환기>와 <장욱진> 두 분으로 생각합니다.

예술인들은 서열화를 싫어하겠지만 아직 아무도 그들을 능가한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김환기>님은 글도 잘 써서 빼어난 수필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등도 냈지만, <장욱진>님은 덕소 화실에서 지낼 때의 기록인 '강가의 아틀리에'를 출판한 것 이외는 인복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이 기록해 주었습니다.

서울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지낸 <김형국>교수가 주로 썼는데요.

공과대 교수가 화가에 대한 책을 쓴 희한한 경우입니다.

<김형국>교수와 화가의 만남은 1970년대 일이라서 이전의 일은 누구보다 배우자의 서술이 가장 가치 있죠.

<장욱진>화백이 배우자 <이순경>님의 법명인 '진진묘'라는 제목으로 그린, 한국 최고의 명화 중의 하나를 처음 보고 매료되었었습니다.

무려 7일 동안 잠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이순경>여사를 그렸다는 전설의 그 그림으로 해서, 행여나<장욱진>화백의 건강을 해칠까봐 눈물을 머금고 다른 이에게 넘겼다는 얘기에 안타까웠었습니다.

다행히 두 장의 다른 내용의 '진진묘'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시공사에서 카탈로그레조네를 출판했을 때 구입했는데 다시 찬찬히 봐야 하겠습니다.

책의 내용은 그녀가 동행할 수 없었던 술자리 얘기는 어쩔수 없이 그 양이 적습니다.

다만, 귀동냥으로 들어 대강의 줄거리는 기록되어 있습니다.

안주도 하나 없이 맥주잔에 40도 양주를 부어 벌컥벌컥 마시는, 그것도 사나흘 이상 마시는 화가의 소문난 주벽은 그녀가 겪었을 고단함이 고스란히전해져 왔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가족들만 공유할 수 있는 기록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버스 타고 가족 나들이 갔을 때 소변을 못 참은 화가가 바지에 실례를 하자, 바지에 콜라를 들이부은 얘기 등등 인간적인 에피소드들.

가족만 아는 따뜻하고 순박한 화가의 인간미들도 구술되어 있습니다.

<진진묘 이순경>님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었던 서점의 어린 직원에게 학교를 보내주고 나중에는 서점도 넘겨준 아름다운 일화도 있습니다.

예술가 배우자를 위해 희생한 삶에 이토록 감사하는 그녀의 심성에 탄복합니다.

대단한 배필이 한국 최고의 화가를 보조한 아름다운 기록, 그러나 구술한 내용이 대부분인 아주 쉬운 책입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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