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문화시설 무용지물 전락화 막아야
대규모 문화시설 무용지물 전락화 막아야
  • 조석창
  • 승인 2021.07.08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북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 과제

국내 최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기증작 1,600여점 보유 공간 필요
한국소리문화전당내 300억 투입
내달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시작
25년간 비엔날레 진행 의미 커
서예 인테리어-공연예술 접목
느림의 문화-자기 다스림 각광

전주시 독립-대안영화 거점도시
전주국제영화제 국내 영화발전
3대축 완성 영상산업 편중 해소
'전주돔' 자리 사업부지 선정
628억 투입 2024년 하반기 완공
교육~상영까지 원스톱 지원
1600명 이상 고용창출 효과 예상

향후 운영 예산-프로그램 필요
전통문화전당-삼성문화회관 등
박제화 전락··· 전처 밟을까 우려
대규모 시설 건립 이후가 중요
관련예산-운영주체 따져봐야

전북에 조만간 대규모 문화시설이 건립된다.

세계서예비엔날레관과 전북독립영화의집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서예비엔날레관은 지난 25년 동안 진행됐던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서예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진행된다.

아직은 결정된 것이 아니지만 설립에 관련된 용역비가 확보돼 관련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북독립영화의집은 20년 가깝게 진행됐던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용 극장 차원에서 마련된다.

전주영화제가 20회 넘게 진행됐지만 아직도 전용관이 없어 아쉬움이 컸던 터, 영화인들의 간절한 소망이 실현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들 시설의 공통점은 그동안 전북에서 진행됐던 대규모 행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용 시설로, 해당 관계자들 뿐 아니라 도민들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용 시설을 건립한 후 마땅한 프로그램이나 운영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박제화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편집자주
      

 

# 세계서예비엔날레관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은 서예진흥법 시행에 따라 서예진흥을 위한 시책을 발굴하고 대중화와 교육프로그램 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을 목적으로 한다.

또 지난 25년간 진행된 국내 최초의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개최를 통해 국제적 위상과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됐고, 기증작 1,600여점을 보유하고 있어 체계적인 비엔날레 개최와 보존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세계서예비엔날레관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부지 내 위치하게 되며 2024년까지 총사업비 300억원이 투입돼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과 서예작품 전시, 국제교류지원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에 앞서 지난 2017년 서예문화공간 건립을 위한 기본구상 연구가 시작됐고, 2021년 국비 교부 관련 문체부를 지속적으로 건의한 결과 올해 5월 타당성과 기본계획을 위한 연구용역이 시작됐다.

용역은 8월까지 진행되며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에 따라 지방재정투자심사를 받은 후 설계 공모와 기본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하고 2023년 공사를 시작해 2024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서예비엔날레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그리고 야외 등의 공간이 구성돼 세계서예비엔날레 행사개최와 함께 국제협력 및 국내외 서예전시회 개최에 중점을 두게 된다.

지상1층은 서예전용 옥션 및 서예문화자원센터, 기획전시실, 서예사료관, 편의시설 등이 구비되며, 지상2층은 국제교류지원센터, 비엔날레 주제관, 사무공간 등이 차지한다.

지상3층은 서예창작지원센터와 교육장, 세미나실 등이 마련된다.

지하1층은 기계실과 수장고가 차지하며 야외공간은 서예치유의 숲이나 하늘서예광장, 한국서예 인물 야외 전시 등이 진행된다.

이같은 기본 구상은 용역을 통해 필요시설 검토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은 그동안 진행했던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개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북은 비엔날레를 25년 동안 진행하면서 서예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 발전하고 서예인과 서예 입문자를 발굴하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전북에서 열린 서예비엔날레는 전국 최초 서예 학술 논문 공모를 시작해 총10회의 학술대회를 통한 서예의 역량강화와 학문적 발전방향을 모색했고, 서예문화를 향유하려는 일반관람객들의 참여를 위한 교육의 장 마련과 서예퍼즐게임, 나도 서예가, 탁본체험 등을 운영해 친근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서예작품을 활용한 인테리어적 활용방안 등과 공연예술과의 만남을 시도해 서예 활용도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진행된 비엔날레의 경우 생산유발효과 126억원, 고용유발효과 244명, 부가가치창출 등 113억원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서예의 관심 증가도 한 몫 했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는 금융위기, 경제위기 등이 초래됐으며 예술조차 거품예술, 예술은 사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수세기 동안 동양은 서양문화에 경외감을 가졌으나 이제는 서양이 동양의 한자문화권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해 견고할 줄 알았던 유럽과 미국의 허약한 사회구조가 드러나면서 지금이야말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할 때이며, 인류가 미덕으로 삼았던 성실과 절제가 회복돼야 할 시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서예는 중국의 문자로서의 한자가 아닌 동아시아 공동의 대표문화유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일본 역시 메이지 유신 이후 탈아입구의 기치 아래 서예는 서구미술의 아류로 평가하고 있으며, 중국은 문화혁명 이후 부르조아예술로 전락하고 간체자로 한자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의 서예만이 순수한 정통성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으며, 이 정통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서예의 기능적 효능도 각광을 받고 있다.

서양가치의 최고봉은 의학이며, 일정 성과를 있으나 암이나 당뇨, 고혈압 등은 여전히 치료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자기 다스림 즉 수신이 최고의 예방책이며 치료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른 마음, 곧은 글씨’ 또는 벽에 걸린 휘호 한 점은 자기긍정의 효과가 매우 크며, 서예가 갖는 수신적, 치료적 효과의 상당부분이 서제선문 즉 제목을 정하고 문장을 선택한다라는 문장 안에 들어 있다.

또 ‘바쁘다’로 대표되는 분주의 문화에서 정적인 문화, 수렴의 문화, 느림의 문화가 바로 수신의 문화이며 그 정점에 서예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서여기인 즉 글씨는 곧 그 사람과 같다는 문장처럼 서예는 그 사람의 예술, 사람을 살리는 예술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비엔날레 관계자는 “이러한 서예의 강점을 되살려 전북에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이 반드시 통과되고 결정돼야 한다”며 “서예의 장점이 부각되자 다른 지자체도 서예관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반드시 전북에 유치를 해 전북 서예가 곧 대한민국의 서예, 세계의 서예 본고장임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주독립영화의집

전주시는 지난 2000년 독립, 대안, 디지털이라는 시대의 화두와 함께 시작된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독립, 대안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또 지난 20년 동안 전주만의 특화된 영화영상 육성 정책을 펼쳐오며 영화산업의 지역균형발전과 독립영화 진흥정책을 수행할 거점 도시로 성장했다.

전주 독립영화의 집은 이렇게 독립대안영화의 도시로 성장한 전주의 상징성을 강화하고, 영상산업과 영상문화의 주요한 부분인 독립 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제작-교육-배급/상영-향유로 이어지는 지역영화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인프라로 기능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 수도권-서울, 동남권-부산, 서남권-전주를 국내영화발전의 3대축으로 완성해 수도권, 동남권에 편중(극장산업 78% 점유, 영화산업 84% 점유)된 영상산업 생태계의 편중현상을 해소하고, 전주를 제3의 영상거점도시로 육성하고자 계획된 사업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돔이 지어졌던 바로 그 자리에 독립영화인의 꿈이 실현되는 공간, 전주독립영화의 집이 3년 뒤면 들어서게 될 예정이다.

독립영화의집이 건립될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는 1920년대 제국관을 시작으로 50년도에는 삼남극장 등 대형극장이, 1980년도에는 지역 단관극장이 12개소 이상 성업할 정도로 전주 영화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적 정체성 그 자체였다.

전주 독립영화의 집 건립 사업은 2018년 1월 전주 영화적 정체성이 담긴 공간의 심장부,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돔’이 자리한 바로 그 자리를 사업부지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추진 절차에 돌입했다.

사전행정절차를 거치던 중, 부지 매입 과정상의 지연과 총사업비 변경 등의 사유로 사업 추진이 다소 더뎌진 부분이 있지만, 얼해 2월 1일 대상 부지의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고, 6월초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며 건립을 위한 모든 난제가 해결됐다.

올해 11월 기본 및 실시설계 추진을 목표로 현재 건축 관련 사전행정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큰 문제가 없다면 내년 하반기 건립을 위한 착공이 시작될 예정이고, 오는 24년 하반기에는 완공이 될 예정이다.

전주 독립영화의 집 건립 사업은 총 사업비 628억(국비 181억, 시비 447억)을 투입해 영상산업관과 영상문화관, 야외 다목적 광장 및 주차장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영상산업관은 현재 건립 대상부지에 존치 중인 (구)KT&G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지상 3층의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데, 지상1층에는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사무공간이 들어설 예정이고, 지상2층과 3층에는 전주시 후반영상제작시설(음향시설, 색보정시설)과 영화전문 교육공간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한편, 영상문화관은 지상 4층 규모의 신축건물로 조성될 예정인데,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3개관이 조성될 예정이고, 영화전문도서관, 영상문화 인문학 교육공간, 전시체험실 등이 조성되어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될 방침이다.

이밖에도 야외다목적광장 조성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는 전용행사공간으로, 영화제 기간이외에는 다채로운 이벤트가 개최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만나는 쉼터 및 놀이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며, 또한 구도심의 주차수요를 소화할 수 있도록 총 200여대의 주차공간이 조성된다.

전주독립영화의집이 건립되면 다양한 기대효과를 노릴 수 있다.

우선 영화산업의 지역균형발전이다.

전주 독립영화의 집 건립으로 수도권(서울), 동남권(부산), 서남권(전주)을 중심으로 영화산업 및 발전의 트라이앵글을 구축하여 지역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게 된다.

또 독립영화 선순환 체계 구축을 통한 독립영화 진흥도 노릴 수 있다.

전주 독립영화의 집에 교육-제작지원-배급-상영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담아내 영화 창작과 산업의 근간이 되는 독립영화의 지속적인 수요‧공급의 시장 형성할 수 있다.

현 계획상 수용 능력을 고려하면 연간 3,300여명까지 교육 프로그램 운영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지속 가능성 제고도 상승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2000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1년간 개최되며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 평가에 따르면 시설 이용에 아쉬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전주 독립영화의 집 건립을 통해 방문객의 편의 도모 및 전주국제영화제가 국제 예술행사로 도약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전주 독립영화의 집 건립을 통해 체류형 촬영 유치가 확대될 경우 지역경제 및 원도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사업 추진으로 인해 약 1,600명 이상(30년 운영 가정시)의 고용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향후 방안은

서예비엔날레관과 전북독립영화의집 등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에 도내 문화예술인들은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특히 전북은 수십 년 동안 서예비엔날레를 진행하며 서예 고장임을 알렸고,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의 고장임도 증명한 터라, 이번 시설 건립은 이런 현상에 날개를 달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문화예술인은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좋아도 이를 운영하고 뒷받침해 줄 하드웨어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시설들이 서예나 영화 등을 비롯해 전북의 다른 문화적 소프트웨어 발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시설 건립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운영적 측면에서 보다 세밀한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칫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건물만 달랑 만들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나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지 않아 박제화된 건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사례는 과거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이 대표적 경우다.

전당은 당초 한스타일진흥원이란 이름으로 국비 및 도비가 투입돼 건립됐다.

하지만 운영 관련 예산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서 초창기엔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후 전주시는 한국전통문화전당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심지어 한지축제나 비빔밥축제 등을 전당에서 개최하면서 정상화를 노렸으나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우연곡절과 애로사항을 겪어야 했다.

전북대학교 내에 있는 삼성문화회관도 상황은 비슷하다.

설립 초기만 하더라도 도내 문화예술계 공연장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듯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시들어지면서 현재는 조용히 제자리만 지키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최근 전북대는 전주시에 장기 임대를 주는 방안을 고려했고, 전주시 역시 이 공간을 e스포츠 시설로 변모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없던 일이 됐다.

전주시는 삼성문화회관 임대보다 새로운 시설을 건립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대규모 시설 건립 이후 운영에 관련된 예산과 운영주체 등 관련 사항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중론이다.

/조석창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