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제시민연대, 법 위반 주택재개발사업 원천무효 시정 촉구
기자촌 재개발지구, 매장문화재 전주시·발굴조사 없이 진행

후백제시민연대(대표 최석규 전북과미래포럼 대표, 한봉수 전북과미래연구소 소장)는 천년 고도 전주의 정체성 고취와 후백제 왕도 유적 복원을 위한 범 시민운동 일환으로 지난 17일(토) 3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전주 인봉리 문화촌 일대의 후백제 왕궁 유적지를 답사하였다. 이날 시민들은, 후백제 왕궁 유적 발굴 및 보존에 허술한 전주시 및 문화재 당국의 대응을 성토하며 전주 기자촌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지구에 대해 합법적인 매장문화재 시굴·발굴조사를 해줄 것을 전주시, 전라북도 및 문화재 당국에 촉구했다.

송화섭 후백제학회장(중앙대학교 교수)은 인사말에서 ‘전주시민들이 후백제 역사를 바로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적 현장 답사가 매우 중요하며, 후백제의 왕도 전주가 고도문화권에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후백제시민연대가 힘을 보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하였다. 

이어서 시민답사현장 강의에 나선 곽장근 교수(군산대학교)는, ‘전주 인봉리 일원을 후백제의 왕성 유적지’로 비정하였던 자신의 후백제 유적 지표조사 경과를 밝혔다. 곽 교수에 따르면 후백제는, 전주 기린봉에서 흘러내린 동쪽·북쪽·남쪽의 산자락을 활용한 성벽과 서쪽 골짜기에 판축법으로 쌓아올린 서쪽 성벽(현재의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자리)으로 도성을 만들었고, 좌동향서(전주동쪽에 자리 잡고 미륵신앙의 서쪽을 향함)의 반월형의 도성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또한 후백제의 도성은 왕성, 내성, 외성을 갖추었으며 전주 동고산성은 도성의 한 부분으로서 전시에 활용한 피난성이었다. 기린봉에서 볼 때 혈처인 인봉리 문화촌 일원에 후백제 왕궁의 정전, 편전 및 침전이 자리하였고 현재의 인봉리 해오름 아파트 부근은 왕궁의 후원이었다. 특히 곽 교수는 전주는 왕도로 인정받을 수 있는 왕궁 유적, 왕릉 유적, 왕실 사찰 유적을 모두 갖추었으며 하루 빨리 이를 발굴하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도록 추진해야 하고 전주가 고도문화권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렇지만 후백제시민연대의 시민들이 답사한 전주 인봉리 문화촌 일원은 후백제 왕도 유적 복원과는 거리가 먼 주택재개발 사업 진행 때문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만 하더라도 인봉리 연못이 있었으며, 이 연못은 후백제 멸망 후 고려 점령군이 후백제 역사지우기로 후백제 왕궁터를 수장시켰던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박정희 정권 때 인봉리 연못은 물을 빼내고 공설운동장으로 사용되었고 1970년대에 문화촌 새마을이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에 후백제의 수많은 유적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합법적인 매장문화재 지표조사 없이 전주시가 2021년 7월 1일 ‘기자촌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관리처분 인가를 내준 것은 전주시민들의 후백제 왕도 복원 염원을 가로막고 있다고 답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후백제시민연대는 이러한 관리처분 인가는 위법이고 무효라고 주장하고,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의 분명한 답변을 요구했다. 후백제시민연대는 문화재청의 시굴·발굴조사 위법 판정이 내려졌음에도 관리처분 인가를 바탕으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경우, 후백제 궁성 추정지의 매장문화재가 크게 훼손되고, 후백제 역사가 사라지며, 주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산상 손실이 발생할 것이며 수조원이 투입된 경주의 고도복원사업과 같은 전주 고도복원사업 상실에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문화재청은 2020년 9월 기자촌구역의 문화재 지표조사 불법 확인 요구 민원(1AA-2009-0278556)에 대해 위법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지표조사권자는 조합이어야 하며 실시 시기는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수립이전에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여 조합인가 전 단계의 추진위원회가 실시한 지표조사는 위법”이라고 무효 판정을 내렸다.

후백제시민연대는 문화재청은 관리처분 등 행정행위를 적법 절차에 따라 하지 않은 전주시에 원인무효 시정조치를 내리고, 후백제 궁성 추정지에 대하여 직권으로 긴급조치를 발동하여 매장문화재시·발굴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후백제시민연대는 후백제 궁성지로 추정되는 전주 인봉리, 기자촌 일대가 후백제 궁성지임을 인정하여 이 지역을 고도문화권에 포함시키는 긴급조치를 취해줄 것도 아울러 촉구했다. 후백제시민연대 최석규 대표(전북대학교 교수)는 17일 오후 후백제 왕궁 터로 추정되는 인봉리, 기자촌 일대를 답사하고, 전주가 관광거점도시의 국가대표로 자리 잡기 위한 궁성지 보존방안의 하나로 이 같이 촉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후백제시민연대의 이번 답사는 후백제선양회(회장 강회경), 전북과미래포럼(대표 최석규), 국립전주박물관여성문화답사회(회장 박일천), (사)전북전통문화연구소(대표 김경미) 등이 연대참여단체로 동참했다. 

/정병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