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균 '멀고도 먼 길'

유년의 고향 풍경-문화유산 통해
문학적 실타래 풀어 삶의 반추 암시

서재균 산문집 ‘멀고도 먼 길’이 출간됐다.

그동안 삶을 반추하는 듯한 암시를 주는 이 책은 87년의 멀고도 먼 여정을 내려놓고 밝고 어둡던 세월을 마주하면서 저물어가는 석양길에 서 있는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운 기억과 추억을 한데 엮어 발간된 이번 산문집은 유년의 고향 풍경과 문학 활동을 통해 간직하게 된 잊지 못할 추억담이 연연하게 담겨 있다.

또 문학평론가 김환태, 외우 황봉식, 문학평론가 오하근, 시인 조영희, 아동문학 조규화, 아동문학 오영환, 시인 이세일, 아동문학 김훈일, 전이곤, 서양화가 박만평에 대한 정한도 물씬 느낄 수 있다.

특히 저자는 고향에 대한 애정이 유난히 깊다.

교사생활의 시발점은 고향인 무주였고, 소년기를 대전 유학으로 보냈고, 이어진 군생활로 고향을 잠시 뒤에 묶어두었을 뿐, 천진스러운 성정과 원초적 문학정서는 오로지 유년시절부터 고향에서 다져진 것으로 보여진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유년의 아침 이슬 같고, 아침 햇살 같고, 아침 풀잎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이는 마치 동시의 세계, 동화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또 저자의 문학적 근원은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아동문학가로서 동화를 쓰기 시작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우리 고장의 설화에서 동화 이야기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에서다.

우리 조상들의 삶과 역사의 뿌리인 설화가 어린이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판단됐다.

여기에 오랜 역사와 함께 면면이 이어온 전통문화는 우리 겨레의 슬기와 끈기가 똘똘 뭉쳐 있으며, 그 고유한 정신이 바로 우리 조상들의 문화유산에 있음을 알게 됐다.

때문에 저자는 전통문화를 잘 간직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며, 어려움을 당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지혜가 되리라 믿음을 가지게 됐다.

동화를 쓰고, 시를 짓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아동문학의 나이테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지, 흘러가는 세월만 아쉽기만 하다.

저자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나 생각해보니 영광도, 증오도, 기쁨도, 슬픔도 가는 시간만큼이나 쓸쓸하다”며 “앞산 너머 푸른 골짜기 작은 신들이 사는 곳으로 조금씩 조금씩 다가간다”고 밝혔다.

김남곤 시인은 “서재균은 고산식물같은 사람이다. 고산식물이라는 말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고산식물이라고 단정 지으면 그에 대한 인식은 삼각형 사각형으로 고착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고산식물 같은 사람이라 좀 더 폭넓게 부르려 한다”며 “고산식물 위에 떨어진 이슬방울 같은 눈물이 가슴 안창에 고여 있거나 야성을 키운 칼바람 같은 의지를 숨기고 사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대전사범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원 생활을 13년 지냈다.

도내 언론사에서 근무했으며, 전북아동문학회 창립 및 고문, 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 전북문인협회장,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김환태문학제전위원회 창립 및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특히 한국아동문학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전북도 문화상, 목정문화상, 김영일 아동문학상, 월간문학 동리상 작촌문학상, 글사랑 아동문학상, 전북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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