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설 연휴가 끝나면서 이제 3.9 대선은 34일 앞으로 다가왔다. 30여일이 지나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그 2개월 후 새 정부가 출범한다. 누가 새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는 전북의 현재와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전북 민심이 어느 당에 집중되느냐에 따라 대선 이후 전북이 받는 대우는 달라진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표심을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전북은 그 동안 소외, 역차별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영남권, 광주전남권, 충청권 그리고 수도권 등 전북의 경쟁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했고 이로 인해 인사, 예산, 사업 등에서 손해를 본 것도 사실이다. 

이를 없애기 위해 전북은 '독자권역'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전북독자권역을 구축해 전북 몫을 찾는 것은 물론 지역 발전 전략도 새롭게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다. 도와 정치권은 독자권역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경쟁자가 될 운명이지만 도-정치권의 리더들은 전북독자권역 설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전북이 독자권역을 구축해야 하는 핵심 이유는 '희망고문'을 없애기 위해서다. 희망고문은 사실 소외, 역차별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 말만 될 듯, 될 듯 하는 게 희망고문이다. 차라리 " 상황이 안 좋아서 아직은 어렵다" 라고 한다면 그런가 보다 생각할 텐데, 꼭 된다라고 약속하니 거기에 또 희망을 갖게 된다. 그 후 결론은 지지부진, 여전히 '~ing' 상황이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지난 2019년에 불발된 이 사안에 대해 당시 야권은 '무산'으로, 여권은 '보류'라고 말했다. 무산이든 보류든 아직도 진척이 없는 건 여전하다. 다음 달에 금융위원회의 관련연구용역이 나온다고 하니, 기다려 볼 일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건도 대표적 희망고문 사례로 꼽힌다. 여권의 실세들이 군산을 수차례 찾았지만 이 또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사유, 저런 이유로 시간이 흘러간다. 군산조선소에 대한 정치권의 노력하겠다는 답변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공공의대 설립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전남의 한전공대(한전에너지공과대)는 일사천리,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추진돼 3월에 개교한다. 하지만 공공의대는 아직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겉돌고 있다. 정치권도 이제 뭐라 변명하기가 무안할 것이다. 
 
이들 3대 현안은 희망고문의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수소산업, 탄소산업, 신재생에너지 등 전북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사안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희망고문 사업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전북독자권역, 전북 몫 찾기, 전북목소리 높이기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전북이 희망고문 분위기를 끊어내려면 선거에서 힘을 보여야 한다. 맹목적 투표보다 전략적 투표가 필요하다. 전북은 지난 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광주전남과 달리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독자적 표심을 통해 전북 홀로서기의 가능성을 높여줬다. 

3.9 대선에서 전북이 어느 당 어느 후보에게 표심을 줄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어쩌면 대선이 30여일이나 남은 만큼, 오히려 전북 표심을 모호하게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영화에서야 화끈하게 밀어주는 게 멋있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패'를 미리 다 보여주면 그다지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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