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길이 100여km 발원지 '밤샘'
동상면 '만경강 도보 테라피 2코스'
창포마을 용암상회 BTS 다리 인기

남봉교 지나 무궁화길-철새 구경도
산천습지-만경강문화관 등 볼거리

만경강은 전북에서 발원해서 전북의 곡창지대를 적시고 전북의 서해로 흘러가기 때문에 전북을 상징하는 강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강의 길이가 100여 km가 되는 만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지요. 자연은 계절 변화에 맞춰 색다른 옷을 갈아입습니다. 만경강 역시 계절마다 다른 특색을 보여주는데요. 겨울철에는 겨울다운 매력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매력을 찾아 만경강 겨울 연가를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만경강 발원지 밤샘 가는 길

만경강 발원지는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밤티마을 위쪽에 있습니다. 마을을 지나 임도를 따라 약 1.5km 정도 올라가면 됩니다. 이 길은 진안 부귀면을 오갔던 옛길이 지났던 곳이라서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계곡의 끝에 사계절 마르지 않는 작은 샘이 있는데요.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입니다.  

밤티마을에서 밤샘 가는 길은 1.5k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도 함께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봄, 여름, 가을에는 이곳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들을 관찰하고 꽃구경을 즐길 수 있고, 겨울철에는 숲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며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대부분 낙엽수로 되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새소리, 물소리도 더 청아하게 들려 산책하는 내내 귀가 즐겁습니다. 

-완주 만경강 도보 테라피 2코스

밤티마을에서 완주군 동상면 면민운동장까지 가는 코스를 ‘만경강 도보 테라피 2코스’로 부릅니다. 완주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만경강사랑지킴이가 개발한 코스입니다. 밤티마을에 있는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에서 출발해서 만경강 왼쪽 제방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예전에는 일부 구간에 잡목이 우거져 우회해서 다녀야 했는데 주민들이 나서서 길을 정비해서 이제는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이 지역에 있는 자원들의 소중한 가치를 이해하면서 변화된 행동입니다. 주민들의 정성이 더해져서 의미 있는 도보길이 되었습니다. 길을 걸으며 강 안쪽 생태도 관찰하고 주변 마을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중간쯤에 밭 옆으로 지나는데 밭 가운데 큰 바위들이 중간중간 놓여 있습니다. 산에서 흘러 내려와 자리 잡은 바위들인데 마치 고인돌 군락지같이 보였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풍경을 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원사봉마을을 지날 때는 마을 이장댁이면서 시인의 방으로 알려진 집에 잠시 들러 쉬었다 갔습니다. 이장 부모님이 살았던 집을 잘 보전해서 시인의 방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만경강 도보테라피 2코스는 강 제방을 따라서 걷기도 하고 어느 때는 밭을 끼고 걷기도 했다가 잠시 마을을 거쳐 가기도 합니다. 산골 지역의 다양한 겨울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코스입니다. 코스의 끝에 동상 면민 운동장이 있습니다. 운동장 옆에 있는 다리 위에서 강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얼음이 얼면서 그림을 그려놓았습니다. 멋진 추상화 작품입니다. 겨울철이라서 볼 수 있는 보너스 선물이었습니다. 

-동상저수지와 대아저수지

동상면 소재지부터는 만경강과 조금 떨어져 도로를 따라가야 합니다. 동상저수지와 대아저수지가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에는 별도의 인도가 없어 걷기에는 위험한 구간입니다. 대신 드라이브 코스로는 최고입니다. 저수지를 끼고 가는 아름다운 길이거든요.

동상저수지와 대아저수지는 바로 이어져 있습니다. 대아저수지 구간에는 전망대가 2곳 있는데요. 첫 번째 전망대에서 보면 대아저수지의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전망대 가까운 곳에 대아수목원이 있어 잠시 들렀다 가도 좋겠습니다. 수목원 뒷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멋집니다. 위쪽 동상저수지에서 흘러오는 물길이 산을 돌아 흐르는 형상이라든지, 저수지 안쪽에 있는 전주 최씨 묘역이 마치 자라가 물속으로 들어가려는 지형을 하고 있어 인상적입니다.

저수지에 모인 강물은 농사철에는 농업용수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평소에도 만경강 유지를 위해 일정량의 물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그 물은 대아저수지 바로 아래에 있는 고산면 창포마을 앞에서 흘러온 물과 만나 큰 물길을 이룹니다. 창포마을 용암상회 뒤쪽에는 강을 건너는 작은 다리가 있는데요. 일명 BTS 다리라고도 부릅니다. 방탄소년단이 ‘2019 썸머 패키지 인 코리아’ 영상과 화보를 촬영한 장소랍니다.

BTS 다리를 지나 고산면 안남마을 가기 전에 신당교를 건너면 그곳부터는 다시 안전한 만경강 도보 산책이 가능합니다. 자전거도로와 차량 통행을 겸하고 있기는 하지만 통행이 많지 않아 걷는 데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고산면 안남마을 앞에 늘어선 버즘나무와 느티나무 군락이 일품입니다.

이 코스는 제방 길을 걸으며 만경강 겨울 풍경을 가까이서 보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만경강 상류 쪽이라서 철새들이 많이 보이지 않지만 가끔씩 새들이 노는 모습도 보입니다. 고산교 앞은 경천저수지 방향에서 흘러온 고산천과 합류하는 두물머리입니다. 이 지점이 만경강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을 구분하는 경계지점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지나 고산면 소재지로 통하는 오성교 위에서 보면 만경강 수변생태공원과 뒤쪽에 있는 세심정(洗心亭)이 보입니다. 예부터 맑은 물이 흘러 경치가 좋은 곳이지요. 

오성교를 건너면서 만경강 오른쪽을 이용하게 됩니다. 강변에 늘어선 느티나무 군락을 지나면 제방 아래쪽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습니다. 산책을 하는 경우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고, 드라이브를 할 때는 제방도로를 따라가면 됩니다. 고산 미소시장 앞에 있는 남봉교에서 보는 만경강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안수산이 배경이 되고,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운치를 더해줍니다. 

남봉교를 지나면 다시 제방도로를 이용하게 됩니다. 무궁화나무 꽃길로 알려진 길이지요. 이곳부터는 강물 위에서 놀고 있는 새들을 제법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봉동읍 가는 중간에 어우보를 지납니다. 대간선 수로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어우보에서 빠져나온 물길은 완주, 익산을 거쳐 군산 옥구저수지까지 이어집니다. 어우보를 빠져나온 강물은 앞대산을 지나면서 방향을 바꿉니다. 봉동읍을 지나면서 마치 멍에 모양을 이루고 있어 멍에방천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멍에방천을 따라가다 보면 봉동읍 상장기공원이 나옵니다. 특히 느티나무, 팽나무 군락이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상장기공원에서 봉동교까지는 제방도로를 이용하게 됩니다. 제방도로이지만 이 구간은 차량 통행이 금지된 구간입니다. 봉동교를 지나면서 다시 제방 아래쪽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옵니다. 이곳부터는 제방도로의 경우 차량 통행이 많아 걷는 것은 위험합니다. 산책할 때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봉동읍 구간을 지나 회포대교부터 신천습지가 시작됩니다. 소양천과 합류되는 지점이라서 강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중간에 신천보가 있어 물이 풍부하고, 하중도(河中島)가 발달되어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입니다. 겨울철에는 철새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서 탐조 활동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신천습지가 끝나는 하리교를 지나면 벚꽃터널로 유명한 제방도로를 지나게 됩니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구간입니다. 제방도로 끝에 삼례대교가 있는데요. 삼례대교 바로 앞에는 대교가 생기기 전에 사용했던 옛길과 작은 다리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삼례대교를 지나 길은 비비정으로 이어집니다. 이곳은 예부터 아름다운 비비낙안(飛飛落雁) 풍경으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모래사장이 사라지면서 그런 풍경은 볼 수 없지만 대신 옛 만경강 철교 위에 만든 열차 카페 등이 있어 나름 멋스러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겨울 철새들이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고요. 주변에 도시숲 산책로와  옛 삼례 양수장, 정수장을 이용한 식당과 카페 등이 있어 함께 돌아보면 좋은 곳입니다. 

비비정을 지나 익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강 안쪽에 펼쳐진 억새 물결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풍경이 겨울철 만경강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억새 군락지가 끝나는 지점이 익산천 합수부입니다. 삼례 비비정 주변과 함께 모래찜질 장소로 이름을 날렸던 곳입니다. 

이곳은 모래사장이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곳부터 서쪽으로는 다시 억새 군락이 시작되는데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특히 예쁜 곳입니다. 전망대 옆에 작은 주차장도 있어 드라이브할 때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익산 춘포에서 목천포 구간을 지나면서 특별히 관심 가지고 보아야 하는 부분이 구강의 흔적입니다. 옛 만경강은 사행천(蛇行川)으로 물길이 굽이굽이 돌아서 흘렀는데요. 일제강점기 때 직강화 공사를 하면서 강이 여러 군데 잘려나가 우각호(牛角湖)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가다 보면 제방 바깥쪽 여러 곳에서 그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익산시 목천포 인근 만경강 둔치가 개발되면서 운동장, 캠핑장, 주차장이 들어섰습니다. 제방도로에는 쉼터, 화장실, 주차장이 있어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과 지나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경교가 지나는 목천포에는 구 만경교가 명물로 남아 있습니다. 윤흥길 작가의 단편 ‘기억 속의 들꽃’의 배경이기도 한 구 만경교는 지역 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곳입니다. 근대역사를 생각해 보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구 만경교 바로 옆에는 만경강 문화관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3월 초 개관 예정에 있는데요. 문화관이 개관되면 만경강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될 것입니다.

만경교를 지나 입석제수문 가는 구간은 강물이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특징이 있습니다. 강물은 반듯하게만 흐르면 너무 밋밋합니다. 굽이굽이 돌아서 흐르면서 만들어 놓은 다양한 풍경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곡선을 이룬 물길이 억새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이 되었습니다.

입석제수문을 지나면 만경대교가 나옵니다. 만경대교 옆에는 옛 만경대교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요. 철거되지 않고 근대유산으로 잘 남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쌀 수탈을 위해서 전주~군산 도로, 익산~군산 철도, 전주~익산 철도, 구 만경교, 구 만경대교 등이 개통되었습니다. 그중 하나에 해당되는 것으로 근대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장소입니다.

만경대교를 건너 오른쪽 마을을 통해서 들어가면 만경강을 따라 새만금 방향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만경강 갈대 풍경을 바라보면서 걷다 보면 만경 8경 중의 하나인 제1경 만경낙조를 볼 수 있는 작은 공원이 나옵니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낙조 풍경은 여기까지 온 수고에 충분한 보상이 될 것입니다.

낙조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경우에는 주변에 있는 진묵대사 어머니 묘소인 성모암,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망해사 등을 함께 돌아보아도 좋겠습니다. 겨울철 만경강은 돌아보면 느끼듯이 결코 쓸쓸하지 않습니다.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과 따스한 이야기가 있어 걷고 나면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겨울이 헛헛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만경강을 찾아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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