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3.9 대선 다음 날 곧바로 광주를 찾았다. 대선 승리에 감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주에도 " 대선 공약을 잘 지키겠다" 며 광주시민들에게 다시 인사했다. 조만간 전북 방문 일정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보수정당은 주요 선거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호남을 찾았다는 평을 받았다. 당 입장에선 어차피 표가 안 나오는 곳이니, 바쁜 선거 일정에 끼워맞춤 식으로 호남 일정을 잡았을 수도 있다. 호남권이나 영남권이나 이런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2020년, 21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보수정당의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게 사실이다. 분위기 변화의 중심에는 정운천 전북도당위원장이 있었다. 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보수정당의 전주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21대에선 비례대표로 재선 의원이 됐다. 

정 의원은 21대 국회 출범 후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2020년 12월, 이름조차 생소한 호남동행 국회의원모임 현판식을 가졌다. 호남동행은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5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에게는 '제2의 지역구'가 주어졌다. 광주 9명, 전남 24명, 전북 17명 등이다. 제2의 지역구처럼 활동하면서 양 정당간 괴리 또는 간극을 좁혀보자는 취지였다. 

호남동행 의원들은 과거와 달리 호남권 사업 및 예산에 크게 관심을 가졌다. 2020년, 2021년 호남권은 두 번에 걸쳐 기록적 폭우로 인한 수해를 입었다. 이 때 호남동행 의원들은 호남 일대 현장을 찾아 수해 피해 복구에 참여했다. 

호남동행 활동은 사실 적잖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동서화합, 지역통합이라는 우리 사회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이 나선 사례이기 때문이다.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던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영남 출신 김중권 비서실장을 임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3.9 대선에서 목표로 했던 전북권 20~30% 득표율에 크게 못 미치는 14.4%에 그쳤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가 얻은 그 전북의 득표율은 보수정당 후보가 얻어낸 호남권 최대 득표다. 

대선 직후 이준석 대표가 호남을 찾아 약속을 지키겠다고 강조한 건, 여러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10%대 득표율에 그쳤다고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정당의 이 같은 노력이 다음 선거에서 더 높은 득표율과 지역통합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선거에서 강조한 약속, 공약을 지키면 된다. 

1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그 비율에 맞춰 당정청 인사를 하거나, 호남권 사업에 '부정적' 지침을 내리면 그 동안의 성과는 다시 후퇴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부 공약에 대해 " 선거 때 국민들에게 거짓말해선 안 된다" 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때 전북을 포함한 호남권에 많은 약속을 했다. 인재 역시 적재적소에 등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선거 때의 약속만 잘 지키면 호남권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보수정권이 호남권 약속을 잘 지키는 건,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윤 당선인의 호남권 약속이 차질없이 성사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이 적극 뒷받침하길 기대한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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