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훈 농진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

시대가 복잡하다보니, 짧은 문구로 시대를 정의하는 것이 유행이다.

10여 년 전, 녹색성장이 세상을 지배할 때는‘Green makes green.’이라는 문장이 유행했다.

앞에 있는 green은 녹색관련 산업이고, 뒤에 오는 green은 녹색 잉크로 인쇄된 달러를 뜻한다.

그래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녹색관련 산업을 해야 돈을 번다는 뜻으로 통용되었다.

최근에는, 데이터를 새로운 원유에 비유하며 ‘Data is the new oil’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원유를 정제하여 휘발유를 만들 듯이,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가 큰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데이터를 새로운 원유에 빗댄 것은 적절한 비유라고 본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권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국정과제를 만들고 있다.

국정과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농업 정책은 방향이 명확하다.

농촌 인구감소와 고령농 증가 등에 대비해 지속가능한 농업 구현과, 이상기후와 탄소중립에 대응해서 환경과 조화로운 농업을 실천이다.

이를 통해 지방소멸을 막는 활기찬 농촌을 구현하고,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증진과 농업인 소득을 올리는 행복한 국민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당선인께서 말씀하신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구현하는 길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범위가 무척 넓다.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농사, 지역발전을 견인할 신성장동력으로서의 농업, 국민건강과 복지를 지원하는 농업을 동시에 추구해야만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미래농업을 이끌 청년 중심의 세대교체를 지원해야 하고, 취약한 국내 종자산업을 지원하는 디지털육종 기반을 조성해야 하며, 무엇보다, DNA(Data, Network, AI)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극활용한 디지털농업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

농민의 경험에 의존하는 농사가 아닌, 현재의 작물생육상태와 기상 데이터, 토양 데이터 등을 근거로 편하게 농사짓는 것이 디지털농업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줄고, 고령화된 현 시대에는 디지털농업이 유일한 대안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노지, 시설, 축산, 연구 분야 1,882개소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빅데이터 관리시스템을 통해 분석, 처리하여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 개방했다.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여 생산성 향상 모델을 만들고, 김제에 있는 토마토 재배 농가에 적용한 결과 생산량은 최대 13.7% 증가했고, 매출은 10아르(1,000㎡)당 7,079만원에서 8,625만원으로 증가했다.

농진청이 보유중인 데이터를 민간기업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스마트팜 모델, 농업기술 교육 동영상 등을 농협조합원을 위한 ‘오늘농사’ 앱에 연계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그린랩스, ㈜아이들 등 민간 새싹기업(스타트업)들은 토양 데이터, 기상정보 등을 연계하여 자사 회원을 대상으로 데이터 기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래서 데이터는 새로운 원유이다. 

원유와 마찬가지로 데이터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지만, 데이터가 잘 분석되고 다른 관련 데이터와 연결되었을 때 그 가치는 값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를 바탕으로 디지털농업을 구현해야,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구현할 수 있다.

/성제훈 농진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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