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모든 언론이 관심을 갖는다.

일반 국민은 다른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의 발언보다 대통령의 발언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정책이 되고 시장을 요동치게 할 수도 있다.

좀 더 나아가면 대한민국의 품격이 되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 된다.

대통령의 발언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윤석열 정부 내각의 거의 대부분이 남자이고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은데 한국과 같은 곳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윤 대통령은 "지금 공직사회에서 예를 들면 내각의 장관이라고 그러면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 아마 이게 우리가 각 지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물론 여성들에게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덧붙이기는 했다.

이 발언은 자칫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능력이 남성에 비해 뒤쳐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장관이 될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과연 여성은 장관이 될 위치까지 가지 못했을까? 남녀를 불문하고 이 발언에 공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윤 대통령은 능력 있는 여성은 많으나 한국사회가 여성의 능력에 맞는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 발언 후 비판이 끊이지 않고 후폭풍이 거세지자 “시야가 좁았다”고 반성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검찰 출신에 편중된 인사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하며 “선진국에서도,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경험을 가진 분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누가 들어도 1차원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너희가 그랬으니까 우리도 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발언은 일국의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은 아니다.

검찰 출신의 대통령답게 좀 더 타당한 논리를 주장했어야 한다.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가 계속되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매우 유감스런 답변이자 국민통합을 외치는 대통령으로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못하는 말이다.

불법 또는 위법적 배려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의 불편을 이해하고 시위자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발언을 했다면 윤 대통령의 품격이 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법에 따라 되지 않겠냐”는 발언도 “법치만능주의”에 빠진 것 같아 안타깝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야당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봐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정치 경험이 짧기 때문에 발언이 정제되지 못했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은 달라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오르는 순간 거의 정치 9단이 되어야 하고 정치 9단의 발언은 매우 정제되고 신중한 고려에서 나온다.

대통령의 말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인격이 묻어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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