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창 전주시 덕진구청장
 /최현창 전주시 덕진구청장

삐걱삐걱, 자그만 보트에서 노를 젓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한다.

좁고 기다란 보트, 낡은 구명조끼.

노를 저을 때마다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던 은빛 물결.

덕진공원에서의 소중한 추억 중 한 가지다.

빨리 가려 하거나 많이 보려 하기보다, 우리는 호수 위에서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즐겼다.

덕진공원이 품고 있는 ‘덕진호’의 기억이다.

아마도 전주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들이라면 비슷한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쪽빛으로 빛나는 찬란한 봄날이나 연꽃 가득한 여름날에는 함께 찾은 연인이나 가족들의 웃음과 추억이 가득했다.

 후백제의 견훤이 전주 완산부에 도읍을 정한 후 풍수지리를 따라 덕진연못을 만들었다는 설화는 모르는 이가 없다.

이후 조선 정조 때 관찰사가 전주의 지기(地氣)를 지키고자 큰 둑을 쌓았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덕진연못의 상서로운 기운에 대한 고을 사람들의 믿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3만 평에 이르는 연못은 깊고 넓어서 여름에는 연꽃이 장관을 이루며 전주 8경 중 하나로 손꼽혀왔고, 단오날 창포물로 머리 감는 ‘단오 물맞이’로도 유명한 장소였다.

 1978년 시민공원 결정고시에 의거, 본격적으로 도시공원으로 조성한 이후로는 보트나 오리배를 타는 사람들, 아치형 현수교를 산책하거나 아름다운 음악분수를 관람하는 등 다채로운 추억이 쌓였다.

 이제 덕진공원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시간 속에 멈춰진 추억의 공원이 아니라,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이자 전통과 생태, 문화가 꽃피는 한국전통정원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전주시는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계속되는 ‘전라북도 대표관광지 덕진공원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낡아서 위험등급이 높았던 연화교와 연화교 중앙의 연화정을 철거한 뒤 전주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담아 재건축했다.

 새 연화교는 전통 석교 형태로 아치교를 바탕으로 난간은 전통 담장 형식으로 꾸몄다.

연화정은 전통 한옥 형태의 ‘연화정 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ㄱ’자 형태의 단층 건물에 도서관 공간인 연화당, 문화공간과 쉼터 역할을 하는 연화루로 꾸며졌으며, 소박한 듯 우아한 멋이 한 송이의 연꽃처럼 아름답다는 평을 들으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작년 덕진공원 내 개장한 ‘야호 맘껏 숲놀이터’는 맘껏숲, 맘껏하우스, 생태 숲놀이터 도서관 등 다양한 놀이와 학습을 누릴 수 있어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시민공원으로의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주차장과 이동 동선 정비 및 시민갤러리를 관광약자 쉼터로 개선하고, 덕진정, 수변쉼터 조성 및 야간경관 조명과 전통담장길, 연꽃군락지 조성 등 기반시설 정비, 덕진공원 일대 수질개선과 생태회복을 위한 사업 추진 등 공원 곳곳의 개선사업과 변화를 통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하는 시민의 쉼터이자 열린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덕진공원은 전주의 명물이자 시민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장소다.

과거에 머물기보다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의 노력들이 시민공원으로서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해주리라 믿는다.

무더워지는 초여름 저녁, 가족들과 손 맞잡고 덕진공원 나들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덕진공원 곳곳에 피어난 전통과 생태, 문화의 꽃들이 우리의 마음에 소중한 추억으로 아로새겨질 것이다.

/최현창 전주시 덕진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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