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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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분기가 지나면 국민연금기금 1,000조 원 시대를 구가할 것이다.” 이 같은 예측은 지구촌 금융시장에 밀어 닥친 한파로 한동안 미뤄두어야 되겠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5월 27일에 발표한 1분기 기금운용 수익률을 보면 ?2.66%이며, 기금 적립금은 928.7조 원이다. 지난해 세계 주식시장과 경제호황으로 곧 1,000조 권 시대를 곧 열겠다는 희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주요 산업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위한 통화긴축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자산별 수익률은 국내주식 ?5.38%이며, 해외주식 ?2.98%, 국내채권 ?2.87%, 해외채권 ?3.00%, 그리고 대체투자는 ?2.36%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의 통화 긴축 가속화에 대한 우려는 국내ㆍ외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와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기금의 주식 및 채권의 수익률 하락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주식시장(KOSPI)은 2022년 초부터 3월까지 7.39% 하락했으며, 글로벌 주식시장(MSCI ACWI ex-Korea, 달러기준)도 같은 기간에 3.94% 떨어졌다. 반면에 3년 만기 국고채는 금리가 86.7bp 상승했으며, 10년 만기 국고채는 71.9bp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국채도 83.9bp 상승했다.  

그러나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은 해외자산의 수익률 하락을 일부 만회하는데 기여했다. 원 달러 환율 상승률은 2022년 초부터 3월까지 2.13%를 기록했다. 각국의 통화정책 경계감에 따른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글로벌 증시 급락 등의 영향으로 해외 연금기금들의 운용수익률도 하락했다. 1분기 실적을 공시한 주요 연기금 중 노르웨이의 GPFG는 ?4.9%까지 떨어졌으며, 네덜란드의 ABP는 ?3.9%, 그리고 캐나다의 CPPIB는 ?2.9%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의 성과는 캐나다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장기투자자로서, 장기적인 수익성 제고를 통해 연금 재정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새로운 투자기회 포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코로나 위기가 밀어닥친 2020년 5월에서 6월 사이에 글로벌 증시는 수직으로 급강하하며 자산가치를 떨어뜨렸다. 지금 국민연금이 겪고 있는 위기는 2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과 석유, 가스 등 원자재 수급의 불안, 미국 등 산업국이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 등 질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연금기금의 성실한 수탁자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분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전문가로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민통합의 국정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앞장서 실천하고, 국민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연금기금의 운용이 국내경제 활력화를 선도하고, 늘어난 생산량과 이윤을 적절히 분배해서 국민 몫을 두둑이 챙기도록 해야 한다. 경제상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의 보장, 고용과 생산량 증대, 분배 확대와 재투자, 국민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의 선순환을 깊게 통찰하고 시행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의무이다. 

국민연금은 2022년 3월말까지 연금보험료 등으로 696.3조원, 운용수익금으로 505.5조 원을 적립했으며, 전체 1,201.7조 원의 연금기금을 조성했다. 같은 기간에 273조 원을 연금급여 등으로 지출했다. 이에 따른 연금기금 적립금은 928.7조원이다. 이 같은 성과를 유지하며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수추종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기금운용역들의 분발이 크게 요구된다.

기금운용역들은 글로벌 증시가 저점을 벗어나는 시점을 잘 파악해서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고 있는 기금수익률을 제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금운용의 정책목표는 추상적이거나 현실성이 떨어져 운용역들의 보신책에 머문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물론 민간자산과 운용원칙이 다르고 위험관리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려고 하면 근본 원칙과 중기재정운용계획, 연금기금의 투자승수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도전하는 태세구축이 시급하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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