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거부안.

살아서는 부안이 최고라는 말이다.

그럴 만하다.

변산을 축으로 멋진 바다와 절경의 내변산.

그리고 넓은 평야와 곰소 젓갈.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부안만큼 멋진 곳은 우리나라에 드물 것이다.

부안을 지나가는 이들은 바다와 산이 있는 이 곳이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라고 감탄한다.

지인들을 부안으로 초대해 백합죽을 대접하고, 변산반도를 지나 곰소항에서 생선구이에 반주를 겸한다면 그 자체가 바로 영화의 한 장면이다.

지인들 중 그 누구도 감탄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부안에서도 잘 몰랐던 곳이 내변산이다.

내변산의 내소사는 여러 번 갔었다.

하지만 내변산을 산행할 계획은 없었다.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전북의 명산인 내장산, 모악산, 강천산, 선운산 등에 비한다면 내변산은 등산객들에게 인지도가 조금 떨어지는 거 같다.

교통편도 만만치 않은 게 아쉽다.

그러다 더위가 빨리 온 이번 여름, 내변산을 다녀왔다.

왜 생거부안인지, 내변산을 한번 올라봐야 알 것 같아서다.

그래서 얼마 전, 혼자 배낭을 매고 내변산으로 향했다.

 이번 코스는 내소사가 아닌 내변산 주차장 코스를 택했다.

코스는 내변산주차장~실상사~직소폭포~재백이고개~관음봉~세봉~세봉삼거리~인장바위~내변산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직소폭포에서 멋진 경관을 보느라 한참 시간을 보냈다.

여기까지는 등산화가 필요없다.

운동화를 신어도 직소폭포까지는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코스인 재백이고개, 관음봉까지 오른다.

내변산의 정상인 관음봉(424m)에선 저 멀리 서해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서해 최고의 절경이라 할 수 있다.

생거부안이 한 순간에 느껴지는 멋진 모습이다.

이제 관음봉에서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관음봉에서 내소사 쪽으로 내려가느냐, 아니면 세봉삼거리와 가마소삼거리를 거쳐 내변산주차장으로 다시 가느냐다.

내소사로 가면 길은 편하다.

그러나 내변산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세봉삼거리 쪽으로 코스를 잡았다.

정상인 관음봉이 불과 424m이니 여유있게 등산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세봉으로 가는 길과 그 이후의 길은 험로였다.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호되게 당했다.

세봉을 넘어가니 되돌아 갈 수도 없었다.

이 쪽 코스는 등산객이 상대적으로 별로 없었는데, 이유는 산길이 생각보다 험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 세봉삼거리, 가마소삼거리를 거쳐 내변산으로 가는 길은 험했다.

그러나 이 곳으로 내려온 이후에야 내변산이 왜 아름다운 산인지를 알게 됐다.

전면에 보이는 절경의 내변산과는 달리 그 후면은 험하면서도 등산의 참맛을 알게 해 주는 코스였다.

생거부안의 명성을 지켜주는 건, 내변산의 후면에서 탄탄하게 지탱해 주는 암석과 지지기반 때문일 것이다.

내변산에서 전북 정치가 생각났다.

정세균, 정동영, 김원기 등 화려했던 인맥이 중앙 무대를 호령할 때와 비교가 됐기 때문이다.

전북 정치의 르네상스는 전북의 멋진 면만을 봤을 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DJ에 맞섰다가 한 때 어려움을 겪었다.

다시 복귀해 1997년 정권교체에 큰 역할을 했다.

정동영 전 대선 후보는 정풍, 당 쇄신을 주장하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결국 그 난관을 넘어섰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숱한 도전과 승리를 통해 민주당의 계보를 이었다.

이들은 모두 험난하고 아슬아슬한 도전을 거쳐 정상에 섰다.

겉으로 보면 화려한 정치인생이지만 실제로는 내변산의 후면처럼, 보이지 않는 고통과 내공을 쌓아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중앙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전북 정치인이 없는 지금, 새로운 신진인사들이 2024년 전북 정치에 적극 도전하길 기대한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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