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락기 전주시 책의도시인문교육본부장
/최락기 전주시 책의도시인문교육본부장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 문제,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거나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 방법에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로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라고 위키백과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필자가 이런 학문적 정의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고, 난해하고 지식의 깊이가 일천하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치들을 토대로 왜 전주가 인문학의 도시인지 알아보고 그 가치를 높여갈 필요성에 대해 함께 공감해 보고 싶다.

▲ 인문 자산의 보고(寶庫) 전주

전주는 후백제 도읍지요,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며 판소리와 완판본의 고장이다.

전국 제일의 곡창지로 풍부한 경제력을 토대로 뛰어난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천년의 위상을 굳건하게 지켜온 도시이다.

너무 많은 인문학적 요소들중에,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신정일 선생이 쓰신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전주편을 들여다보면, 크게 역사·공간·문화 3가지로 구분하여 전주의 인문학을 들여다보고 있다.

역사 속으로 보면, 후백제 도읍지와 견훤이 꿈꾸던 백제 왕조의 부활, 세계 최초의 공화주의자 정여립과 기축옥사, 민중의 승리 역사를 쓴 동학농민혁명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출발점이며 전주는 동학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도시임을 알 수 있다.

공간 속으로 보면, 전주의 얼굴인 한옥마을과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오목대, 선비와 유림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벽당과 전주향교, 순교자의 믿음 위에 세워진 전동성당, 천년고도의 상징 풍남문과 전주객사, 전라감영 그리고 연꽃 향에 물드는 호수 덕진공원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 헤아릴 수 없다.

문화 속으로 보면, 여느 다른 도시가 전주와 견주기 쉽지 않아 보인다.

판소리 명창의 산실 전주 대사습놀이, 무형문화재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한지와 부채, 시, 서예, 그림, 문학의 대가들은 다 거론할 수 없고, 살아있는 문화의 정수 무형문화재는 전체 45명으로 독보적인 도시이다.

전국 지방정부 평균이 2명에 미치지 못하니까 말이다.

다시 말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판소리의 고장이자 비빔밥, 콩나물국밥, 가맥 등 전주의 맛은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되어 세계가 인정하는 도시 아닌가.

이러한 선조들이 남긴 수준 높은 유·무형의 자산이 도시 곳곳에 그물망처럼 산재해 있어 어디서든 인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고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하는 문화지수 전국 1위를 세 번 연속 끌어가는 힘은 천년전주 인문학 인자가 동시대에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고, 그 가치가 오롯이 잘 계승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시민들의 일상이 되는 인문교육

이에 전주시는 수준 높은 인문 자산을 길어 올려 미래를 꽃피우는 생명수로 활용하고자 「365일 인문학 향기 넘치는 인문도시」를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66개 인문기관 및 139개 공·사립도서관을 활용하여 시내 전역 여러 인문 공간들에서 다양한 시민 인문교육을 수준별로 시행하고 있다.

인문학 입문 강연인 인문학 향기부터, 삶의 문제를 인문학으로 반추하게 하는 중급 수준의 유쾌한 인문학과 심도 있게 인문학을 공부하고 자신의 글을 적어보는 시민 인문 세미나가 매주 전주시평생학습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고전 강독과 고전번역 교육이 한국고전번역교육원 전주분원에서 주중에 매일 운영되고 있고, 시내 전역의 도서관, 동네책방, 생활문화센터는 물론 국립무형유산원,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기관에서 크고 작은 특색 있는 인문 강연이 연중 거의 무료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향유하는 인문 도시 전주를 향한 발걸음에도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는 있다.

우선 인문학 분야에 대한 상대적인 재정의 어려움으로, 이에 따른 장기적이고 실험적인 사업 시행에 제한이 많고 참여자 모집의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중장년층 이상 지식인 향유 문화로 인식되어 청년층 이하 연령대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낮아 인문학 발전의 위기 요인도 따르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인문교육 시행기관들과 만남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연대를 통해 해결 방안 등을 모색하는 한편 여러 전문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마을 인문학, 청소년 힐링 인문학, 한 자 한자 인문학 등 실험적인 사업들을 개발·운영하여 다양한 연령층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중요한 것은 유구한 지역의 인문 자산이 미래 세대에게 삶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청소년 인문교육 활성화를 위한 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의와 융합은 인문학에서 촉발 우리는 모두 좋은 도시에 살기 원하고 좋은 도시를 만들기 원한다.

그렇다면 좋은 도시란 무엇이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용성이 있을까? 필자는 그 답이 인문학에 있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아이폰이 탄생했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창의와 융합에서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산업적 관점이 촉발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단순히 기술에 인문학적인 요소 또는 감수성을 더하는 개념을 넘어 인문학자와 인문학 그 자체의 필요성을 산업 전반에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점을 느낄 수 있었던 일화로, 올해 이른 봄 수도권 지역 오피니언 리더 10여 명이 전주의 도서관을 방문하였는데 그중에 실리콘벨리에서 활동하셨던 분과 여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실리콘벨리의 많은 창업가나 최고 책임자들이 인문학을 전공했거나 일을 해오신 분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계속 강조하셨다.

그리고 지난 5월에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대표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집필한 책을 읽어볼 수 있었는데 핵심을 관통하는 가치는 창의성이었다.

그리고 그 ‘창의성의 비밀은 인문학적 소양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내재적 가치를 우리는 마음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하는 많은 광고를 통해서 지켜볼 수가 있었다.

위의 두 가지 일화만 보더라도 창의와 융합은 인문학에서 촉발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인문학적인 토대는 하루아침에 쌓아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전주는 인문학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고, 궁극적으로 전주의 인문학 브랜드를 위한 청사진을 그려 나가고 있다.

앞으로 인문 자산의 보고 전주에서 인문학이 들불처럼 창발하기를 기대하며, 시민들의 참여와 열정을 기대해본다.

/최락기 전주시 책의도시인문교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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