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촌철살인의 웃음을 주던 정치인, 고 노회찬 의원의 ‘삼겹살 불판론’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두 거대 정당이 독점해온 삼겹살 불판 같은 시커메진 정치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민생중심의 더 좋은 민주주의>

노회찬 의원의 ‘삼겹살 불판론’이 화제가 된 지 18년이 지났다.

그동안 노회찬 의원은 고인이 되셨고 그의 ‘삼겹살 불판론’은 70년이 다 되도록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

필자는 노회찬 의원이 남긴 숙제의 해답은 다당제 민주주의에 있다고 단언한다.

다당제 민주주의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민생중심 민주주의’, ‘더 좋은 민주주의’다.

다당제 민주주의는 지역과 이념으로 갈리어 민생은 뒷전인 채 거대 양당이 벌이는 치킨게임, 그들만의 정치판을 갈아엎을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당제 민주주의는 35년 동안 유지 강화되어온 승자독식의 낡은 87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87체제의 비극은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고도 왕권 같은 권력의 통치를 받거나 대통령을 왕처럼 모시는 악순환을 35년째 되풀이하는데 있다.

그동안 연정이나 협치 등 대안적 모색이 없었던 건 아니나 승자독식의 87체제에서는 실현불가능하기에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87체제로는 오늘날 동물복지나 가상화폐처럼 다양하고 점점 고도화되는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

왜냐면, 사사건건 치킨 게임만 벌이는 거대 양당의 정쟁에 묻히기 일쑤기 때문이다.

소위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고 ‘더 좋은 민주주의’로 발전시켜야 나가야할 무거운 책임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다당제 민주주의 연대 절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1대 총선 때 다당제 민주주의를 말살시킨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뒤이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다당제 보장을 위해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동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감감무소식이다.

솔직히 대선용 립 서비스 차원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거대 정당은 결코 다당제를 바라지도 않고 더 좋은 민주주의를 원하지도 않는다.

국민들이 시커메진 불판에다 삼겹살을 구워 먹어도 당장 죽을 염려는 없으니 괜찮다는 투다.

다당제 민주주의를 정치독과점 기업과 다름없는 거대 양당에게 시혜를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감나무 밑에 누워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거와 다르지 않다.

다당제 민주주의에 동의하는 국민과 함께 제 정당 및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쟁취해야 한다.

필자는 현재 민생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생당은 다당제 민주주의, 민생중심의 더 좋은 민주주의의 철학과 가치를 고집스레 지켜온 정통성 있는 정당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민심의 전략적 선택으로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그 뿌리다.

70년 다된 삼겹살 불판을 갈고 다당제 민주주의를 선택했던 위대한 호남민심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안철수의 배신과 철학이 빈곤한 정치인들의 변심 등으로 민생당의 이유 있는 고집이 크게 위축되었으나 다당제 민주주의라는 대의가 살아있기에 민생당은 건재할 수 있었다.

다시, 민생중심의 더 좋은 민주주의, 다당제 민주주의를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맨다.

/이관승 민생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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