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신성장사회연대경제국장
/김종성 신성장사회연대경제국장

故이외수 작가의 저서 ‘글쓰기의 공중부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작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세 가지로 분류된 내용을 보면 첫 번째, 물·공기·햇빛 등 생명과 직결되어 있지만 지천에 널려 있어 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식조차 못하고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들 두 번째, 부식이나 주식 또는 살림도구들과 같이 돈을 조금만 지불하면 되지만 없으면 생존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들세 번째, 명품·보석·골동품 등 엄청나게 비싸지만 아주 잠깐만 사용하고 아주 오랫동안 보관해 두는 특징을 가지며, 때로는 사람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없어도 생명에 아무 지장이 없는 것들 

과연 우리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에 제값을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먹고사는 일이 제일 중요했다.

아침 인사로 “진지 드셨어요?” 하던 시대가 그것을 대변한다.

우리 사회는 70년대 이후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 아래 괄목할 만한 양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먹고사는 일이 해결된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는 희미해지는 듯하다.

급속한 경제성장 아래 우리 사회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가장 가치 있는 것는 경시하고, 사치품 등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빈부격차, 환경오염, 공동체성 약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가지게 되었다.

자유시장경제의 효율과 경쟁은 양극화를 야기하며 사회취약계층을 양산하기에 이르렀으며, 고용불안은 사회취약계층의 경제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취업취약계층으로 전락시켰다.

자유와 경쟁의 논리에서 양극화 해소와 취약계층에 대한 개선 여지는 보이지 않았으며, 사회의 관심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위기에 봉착했다.

결국 사회적 요구에 의해 정부는 고용분야에서 여성, 장애인 등 취업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을 의무화하는 할당제 등을 법제화하여 문제 해소를 도모하고 있지만 양극화된 사회갈등은 여전히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경제에서 취업 취약계층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경제의 논리를 효율에서 분배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경제로 연결되는데, 사회적경제란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사회적경제조직이 상호 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적 활동이며, 경제의 논리를 경쟁과 효율이 아닌 상생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선진국은 이미 사회적경제의 역사가 깊어 100년 이상을 거치며 성숙 단계에 있다.

실리콘밸리의 착한 기업 ‘루비콘’의 창업자인 릭 오브리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언급한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라는 말은 선진국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가치 인식을 잘 표현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최근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 추진 중에 있으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 중에 있으나, 아직은 우리 경제에서 사회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취약계층의 고용 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들며 사회·경제의 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이에 적응하지 못한 취약계층은 점점 더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데,  사회적기업은 경쟁, 효율, 자본보다는 사람을 우위에 두는 기업으로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하는 상생의 가치를 담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는 사회적기업의 경제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사회적기업의 경제활동은 소비자의 참여로 귀결된다.

다시 말해 사회적경제는 시민이 동참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다.

전주시는 11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전라북도와 함께 사회적경제제품의 판매, 홍보관 운영, 학술포럼·세미나 운영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경제 박람회」를 개최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제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삶에 진정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사회연대의 가치를 같이 공유한다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사회로 이끌어갈지를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종성 신성장사회연대경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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