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일 사진공간 눈
김주희-소영섭-안우동
전제훈-정주하 사진전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은 여덟 번째 기획 사진전 ‘지역 너머의 지역’을 19일부터 28일까지 사진공간 눈에서 진행한다.

‘지역’을 키워드로 한 이번 전시는 자기 실존의 터전인 지역의 문화 현상을 예술의 대상으로 하여 장소 재현의 가치를 보여준 작품들을 초대했다.

그것은 타자화되고 주변화된 ‘지역’ 간 네트워크를 통해 그 현황과 지형을 확인하는 일이 동시대의 문화 현상을 전망하고 탈지역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너머의 지역’ 전시는 종교, 도시, 지형, 산업, 환경의 여러 국면에서 중심 이데올로기와 지배 문화 담론을 극복할 수 있는 로컬리티의 의의를 발견하고자 한다.

김주희의 ‘파라디소’는 완주군 천호산 자락에 자리잡은 천주교 교우공동체 '다리실교우촌'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파라디소’란 ‘담으로 둘러싸 꽃과 나무를 키우는 마당’이란 페르시아어로, ‘파라다이스’는 이 ‘파라디소’에서 유래됐다.

김주희는 교우들의 집을 방문해 성모마리아, 십자가 등의 성상을 통해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신앙심을 포착한 실내 사진을 보여준다.

어두운 방안으로 스민 가녀린 빛을 통해 카타콤베처럼 은밀한 성소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물질만능의 세속세계 대척에서 선 경건한 삶이 지상 낙원임을 보여준다.

소영섭의 ‘Abandoned’는 전주시의 방치된 원도심과 재개발을 앞둔 구도심을 기록한 사진이다.

소영섭은 전주를 상징하는 한옥과 대조되는 아파트 단지, 파괴된 건물의 파편 속 황량한 아파트 단지를 통해 새로운 주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전통 문화를 파괴하는 행태를 가시화한다.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콘크리트 파편 속에 부유하듯 서 있는 아파트 숲섬의 을씨년스런 풍경으로 전도해, 해체되는 구도심 슬럼가와 신축되는 신도시 뉴타운 간의 공간의 권력화 양상과 그 허상을 묵시록적으로 보여준다.

안우동의 ‘풍경 너머에’는 인천 영종도가 국제도시라는 거대한 자본의 이름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훼손되고 변형되는 지형을 포착한 아날로그 흑백 사진이다.

안우동은 바다와 갯벌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자연의 불모성과 무생명성이 진보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욕망의 결과물임을 폭로한다.

다만 자연에 가한 인간 폭력의 흔적을 잿빛 톤의 서정적, 초현실적 분위기로 반어적으로 보여주면서, 공간을 조직화하는 자본주의의 경제 논리와 도시 개발 논리를 비판하고 자연과의 상생 문제를 환기시킨다.

전제훈의 ‘마지막 광부들’은 ‘막장’이라고 불리는 탄광의 갱, 그 열악한 삶의 현장에서 광부들을 찍은 포트레이트이다.

현직 광부이자 사진가인 전제훈은 광산을 근대 산업 유산의 하나로 인식하고, 자신의 일터인 탄광과 이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치열하게 살아온 동료들의 강인한 모습을 10여 년간 기록하여 10만여 컷에 이르는 방대한 사진적 보고서를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땀과 탄가루가 뒤범벅된 시커먼 얼굴에서 삶의 애환뿐만 아니라 마지막 세대의 광부로서 갖는 자부심을 포착한 초상 사진을 통해 참된 노동의 가치를 찾는다.

정주하의 ‘불안, 불-안’은 원자력발전소 주변 마을의 일상적 풍경을 포착한 사진이다.

정주하는 전남 영광원전을 시작으로 경주 월성원전, 부산 고리원전 주변의 마을 풍경과 지역민, 피서객의 일상을 보여준다.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과 그 너머 돔 모양의 원전을 대비하여 물질문명의 편리함 이면에 도사린 자연 생태 환경의 위기를 부각한다.

원전의 안정성 문제는 막대한 전력 생산과 마을 경제의 활성화라는 경제 논리와 맞물려 간과되기 일쑤지만, 일상의 평안과 평온의 실체가 곧 불안과 불온의 긴장 상황임을 역설화한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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