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오늘 아침에 주차해놓은 차 유리에 얼음이 얼었다.

오전 8시 현재 영상 1도이니 한 밤에는 영하였을 것이다.

한낮에는 약 20도까지 올라감에도 해월리에 가을은 매년 그러하듯이 만추(晩秋)로 무르익고 있다.

올해는 추석이 약 일개월 정도가 빠른 구월 초에 지나가 가을 곡식과 과일들이 마음 놓고 영글어 가고 있다.

소양면 해월리 우리 집에 심어 놓은 대추와 알프스오토메 미니 사과는 거의 다 따먹었다.

대봉시 감나무의 손이 닿는 부분은 다 따먹었다.

모레 토요일에 나무 꼭대기 부분의 감들은 사다리를 놓고 딸 예정이다.

돌배와 구지뽕은 한참 익고 있다.

돌배는 발효시킬 예정이다.

구지뽕 열매는 아이 주먹만하게 주황색으로 탐나게 익고 있으나 약을 안치는 바람에 벌레가 꼭 들어가 있어 그냥 먹기가 꺼림칙하다.

건조시켜 봐야겠다.

고구마는 일주일 전에 캤으나 6~7월에 가물어서 작황이 좋지 않다.

맛은 그냥 먹을 만하였다.

들깨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재배하기가 쉬워서 초보 농군들이 심는다는 들깨는 초기에 가뭄이 들다가 비가 많이 와 거의 모두 녹아버렸다.

건진 것이 25kg 남짓 소출해 예년평균 100kg정도 소출을 비교하면, 25% 수준의 아주 흉작을 맞이하여 실망이 크다.

다만 대학찰옥수수는 잘되어 여름에 삶아 급 냉동해 놓은 것을 거의 다 먹어 가고 있어서 서운하다.

내년에 많이 심을 요량이나 냉동옥수수를 보관하려면 냉동고가 커야 되므로 이것 또한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4년 전에 샤인 머스켓 포도나무 4그루를 철책 근처에 심었는데 지난 겨울에 다 얼어 죽고 한주 만이 살았다.

지난 삼년 동안 아주 많이 벌어나 약 30~40m 철책에 걸쳐서 보기 좋게 포도나무 덩굴을 올렸다.

올해 100~200송이가 아주 실하게 열렸다.

아주 기분이 좋았으나 아뿔싸, 우리 집 근처에 사는 직박구리라는 놈들 20여 마리가 떼를 져서 올해도 어김없이 하나도 안 남기고 익기 약 4~5일 전에 모두 다 따먹었다.

내년부터는 어떠한 조치라도 꼭 해야겠다.

하다못해 종이봉지라도 씌워서 새들이 따먹는 것을 방지해봐야겠다.

김장 무는 무씨를 아무렇게나 뿌려놓았는데 어린아이 종아리만 하얗게 밭 위에 올라왔다.

정말로 예쁘게 그리고 아주 맛있게 무가 들어 몇 개는 뽑아 먹고 나머지는 동네 분들이 다 뽑아 갔다.

김장용 배추 약 3~40포기가 잘 크고 있다.

김장도 담그지 않을 거면서 그냥 심어 본 것이다.

양파·마늘 등은 심어보려 하였으나 매년 추운 겨울을 넘기고 보면 생각보다 수출이 나오질 않아서 올해는 포기했다.

사실 이 농사도 여기 해월리에 12년 전에 들어와서 농사 흉내 낸다고 이곳 저곳 심었으나 심을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이상 지을 명분이 없어졌다.

그러나 땅을 놀릴 수 없어서 약 사오년 전부터 동네 분한테 부탁하여 전술한 바와 같이 그럭저럭 흉내 내어 농사짓고 있다.

이렇게 농사를 짓고 있으나 지으면 지을수록 적자가 커지니 농민들에게 절로 미안할 뿐이다.

묘목을 하건, 생강을 하건, 어느 작물을 해도 최근에는 돈 되는 것이 없다.

다만 고추, 벼, 들깨 정도가 돈이 된다고는 하나 이것도 큰 돈 되는 것이 별로 없다.

벼도 최근에는 폭락이 되어 대풍 들어도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만 간다.

강한 국가의 기틀은 농촌에서부터 나온다.

미국·유럽·일본에서도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자체들은 주위의 해당 농촌이 잘 사는가에 달려 있다.

청정농업, ESG, 농업협동조합(COOP)이 대표적인 국가인 이탈리아에서도 남·북 농촌간의 소득격차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주 이유는 가난한 남부에서는 돈이 덜 되는 올리브와 레몬 등을 심고, 북부에서는 포도와 사과로 만든 와인 산업을 전 세계적으로 고급화한 것이 주효했다.

따라서 일인당 GDP 2만유로 정도의 남부 이탈리아 지역보다 5만유로 정도의 북부 이탈리아 지역이 약 2.5배 정도 더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도 지방정부의 장기적인 정책과 지속가능한 실행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COVID19도 거의 다 끝나가고 가을도 이렇게 심난하게 점점 깊어가고 있다.

올해 겨울도 아주 춥지 않았으면 한다.

대부분 노인 분들이 사시는 시골에 날씨가 아주 추우면 그만큼 힘든 겨울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월리 다리목 마을의 가을은 깊어만 간다.

/강길선 전북대학교 교수(고분자나노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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