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표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김주표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 어느날 갑자기 벌어졌나?

최근 이태원 압사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지 많은 이들이 어이없어 한다는 점에서, ‘후진국형 재난사고’라는 멍애도 안고 있는 사건이다.

그래서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경찰, 언론, 심지어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압사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cctv 확보,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국민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왜 갑자기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라고 반문하고 있다.

1:29:300 하인리히 법칙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바로 하인리히 법칙이다.

안전과 관련한 사태가 발생될 때마다 언급되는 이 법칙은 어떤 사회학자나 유명 법학자, 과학자도 아닌 한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하인리히에 의해 주창됐다.

그래서 법칙의 이름도 최초의 발견자인 하인리히(Heinrich)의 이름을 땄다.

그는 1920년대 미국의 한 보험회사에서 근무했을 당시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들을 분석했다고 한다.

그는 무려 7만5000여건의 크고 작은 산업재해를 분석했고, 흥미로운 법칙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1:29:300의 법칙이 그것.

그는 1번의 큰 산업재해가 발생했다면 그전에 분명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잠재적 징후가 되는 사건이 300번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큰 사고가 일어난 게 아니라 그 전에 작은 사고들이 여러 번 발생했으며, 그 사고들이 쌓인 총합의 결과로 큰 사고가 터진다는 것이다.


▲ ‘압사’ ‘사고가 날 것같다’ 11차례의 신고

과연 이태원 압사 사태는 우연히 갑자기 발생한 것일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고가 나기 전 압사 신고만 6차례나 발생했다고 한다.

‘압사’와 ‘사고가 날 것 같다’고 여러 차례 언급된 경찰의 112 녹취록이 공개되며 파문이 일었다.

애초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소방청에는 10월 29일 오후 10시15분 최초 구조 요청 신고가 이뤄졌다.

사건 당일인 1일에도 오후 8시9분 이후 10시15분 전에만 무려 11차례 신고가 있었다.

20분에 한번 꼴로 신고됐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요청에도 불구,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은 4건에 불과했다.

결국 참사 발생 후 용산 119구조대는 14분 뒤인 오후 10시 29분 현장에 도착했는 데, 문제는 그마저도 인파에 가로막혀 구조 작업은 한참 늦어진 후였다고 한다.


▲ 일주일, 적어도 이틀 전 전조현상 발생

이태원에 사람이 지나치게 몰리고, 경찰 통제가 부족했다는 문제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이태원에서 자영업을 하던 한 사장은 이태원역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 접근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다른 역을 통해 우회해 집에 가야했다고 언론 인터뷰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의 답변은 한결 같이 일주일 전부터 이태원 일대에 외출이 두려울 정도의 인파가 모여들고 있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일주일 전, 많이 양보하더라도 최소 이틀 전에 압사 사태의 전조가 내비쳤던 것이라 볼 수 있다.


▲ 하인리히 법칙 간과한 결과물

112 압사 신고, 인파로 가득찬 이태원 일대, 미흡한 조치는 이태원 참사를 예고한 징후라 볼 수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진상을 지시했지만 이미 사건은 벌어졌다.

많은 이들이 숨을 거둔 뒤다.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태원 압사 사태는 하인리히 법칙을 간과한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최초 신고 때 올바른 대처만 했었어도 발생되지 않았을 일인 것이다.

/김주표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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