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전주시 도서관본부장
/김병수 전주시 도서관본부장

지난 2019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는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우리 마음속에 기나긴 겨울을 불러들였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오래 지속된 고립과 폐쇄의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했던 반면, 자기 성찰과 발전을 위한 사색의 시간으로 가치있게 보낸 이도 있을 것이다.

사색을 통해 자라난 가치관은 우리 인생의 기반을 다지는 주춧돌이 된다.

이토록 중요한 가치를 가진 사유의 힘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해답은 책에 숨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마을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책 읽는 습관’이라고 말했다.

IT역사를 새로 쓴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독서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라’고 했다.

독서가 우리에게 직접적이고 물질적인 보상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사고의 확장과 가치관의 정립이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커다란 가치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책은 지식과 지혜의 원천이고 독서는 우리가 직접 체험할 수 없는 다양한 문화, 역사, 교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귀중한 기회이다.

 일찌감치 책과 독서의 중요성을 깨달은 선진 국가와 도시들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책에 관심을 갖고 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책을 대표하는 공간인 도서관을 특별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그 기능 또한 풍부하게 했다.

 전주시는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도서관에 집중하고 있다.

도심의 공공도서관은 단순히 공부하고 책만 빌리는 곳이 아닌, 모든 세대가 책과 함께 가까워질 수 있는 개방형 창의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전주역 앞 첫마중길, 시청 로비, 공원, 야산, 호수, 구도심 등 시민들의 발길이 닿는 곳 어디든 크고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전주시청 로비의 책기둥도서관은 전형적인 경직된 관공서의 틀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편안하게 책과 함께 소통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시민친화적인 발상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전주역 앞 첫마중길과 전라감영 인근에는 여행자와 여행을 준비하는 이,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과 다가 여행자도서관이 각각 자리 잡았다.

산책과 등산으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건지산에는 숲속작은도서관이, 울창한 산림과 수변이 어우러진 학산에는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이 들어섰다.

덕진공원의 옛 연화정 건물에 재탄생한 연화정도서관은 멋스러운 풍경과 건축이 어우러져 이제는 전주의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예술을 품은 서학예술마을, 전주의 대표 관광지 한옥마을 등 전주시의 모든 곳에 도서관이 있다.

12월에는 전주 문화예술의 상징인 동문거리에 동문헌책도서관이 문을 연다.

 프레드릭 와이드먼 감독의 다큐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의 도서관은 독서와 대출 뿐 아니라 전시와 공연, 강연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장애인과 노숙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 시민들이 각종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하는 공간이다.

이는 전주 도서관이 지향하는 ‘모두를 위한, 모두의 공간’이자 ‘사람 중심의 도서관’과 같다.

 운치있게 굴러다니는 낙엽과 부쩍 차가워진 공기에 왠지 모르게 차분해지는 계절이다.

성큼 다가온 한해의 끝자락, 도서관으로 둘러싸인 도시 전주에서 마음이 이끌리는 도서관에 향해보는 건 어떨까.

그 곳에서 인생을 바꾸는 책, 인생을 바꾸는 도서관을 경험해 보기 바란다.

/김병수 전주시 도서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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