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준 전주시 대중교통본부장
/이강준 전주시 대중교통본부장

우리 도로는 불법 주정차에 항상 시달리고 있다.

도로 양쪽에 주차된 차들로 차량 통행에 불편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인도까지 들어온 주차 차량을 피해 도로로 나온 보행자들에겐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리나라 주차 질서 확립을 위해 고액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호주는 불법 주정차 과태료로 무려 47만 원을 부과한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은 6만~25만 원의 과태료에 벌점까지 부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과태료를 4만 원으로 책정한 후 27년째 변동이 없다.

이런 불법 주정차 과태료의 인상이 우리 주차 질서 확립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교통질서는 선진국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한다.

교통질서가 바로 잡혀있지 않으면 아무리 소득 수준이 높더라도 선진국이라는 평을 받기 어렵다.

선진 교통질서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법규 준수’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속되기 때문에 교차로에 주차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법규 준수이지만 ‘이곳에 차를 세웠을 때 다른 차량의 소통에 방해가 되므로’ 주차하지 않는 것은 배려의 마음이다.

불법 주차로 단속을 당하면 부당한 단속이라고 고성을 지르며 단속 공무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일이 다반사이다.

불법 주차로 단속을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왜 내 차만 단속하느냐는 항의를 한다.

다른 많은 차들도 지금 불법 주차되어 있는데 왜 단속을 하지 않느냐, 당장 나가서 단속하라고 고함을 치곤 한다.

그리고 주차장이 불과 20~30미터 주변에 있는데도 너무 멀어서 주차할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자기 상가 앞 도로를 개인 주차장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주차행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며 단속을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운전자 10명 중 8명은 불법 주차 경험이 있으며 동시에 불법 주차로 피해를 본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운전자 대부분이 불법 주차 가해자이자 불법 주차 피해자인 셈이다.

시민의식 성숙에 따라 불법 주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가는 반면, 오히려 이유 모를 뻔뻔함을 동반한 당당함이 주차문화에 나타나기도 한다.

불법 주차된 차를 빼달라는 전화에 되레 큰소리를 듣는 황당함을 느껴 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법을 당연시하고 합리화하는 불법운전자에 언제든 우리도 포함될 수 있음을 염두하고 주의해야 한다.

올바른 교통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엔 공감하면서 ‘나 한 명 정도는 괜찮겠지’란 이기적인 생각으로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내가 행한 작은 불법이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자신에게까지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아야 한다.

위에 언급한 선진국들만큼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우리나라 주차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유료주차장 주차비와 과태료 차이가 크지 않아 단속에 안 걸리면 좋고 걸리면 과태료 내고 만다는 정서가 팽배해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과태료 상승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질서 의식과 남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성숙해질 것인가이다.

오직 단속에 의지하는 것보다 배려에서 우러난 자발적인 질서유지가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피어나 우리 모두에게 안전한 도로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강준 전주시 대중교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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