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5일 실시되는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임기 1년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이지만 이번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전북의 향후 정치 지형을 미리 그려볼 수 있어서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국민의힘이 당선자를 내느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 속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지역구 의석을 다시 차지할 것인지다.

특히 재선거 결과는 전북 정치의 미래는 물론 도민들의 투표 성향을 읽을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벌써부터 10명에 가까운 인사가 출마를 선언하거나 고심 중이어서 전주을 재선거는 올초부터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4월 재선거의 초반 분위기와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민주당 무공천 결정과 재선거의 의미/

더불어민주당이 재선거 무공천을 선언한 것은 내년에 치러지는 2024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내다 본 결정으로 보인다.

전주을의 1년 짜리 국회의원 재선거를 위해 후보를 공천했다가는, 내년에 치러지는 전국 총선거에서 원칙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후보를 공천했다가 만일 선거 결과가 의외의 결과로 이어진다면 민주당이 받을 타격은 심각하다.

따라서 미리 무공천을 선언하고 2024년 국회의원 총선에 대비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무공천을 결정한 이후 지역 정가는 한때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빠르게 안정되는 분위기다.

민주당 소속 인사가 출마하려면 당을 떠나야 하기 때문인데, 상당수의 유력 인사가 당에 남기로 하고 재선거 불출마로 방향을 잡았다.

이덕춘 변호사는 즉각 “당의 대승적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고 양경숙 국회의원(비례대표)은 “당의 (무공천) 결정에 한 치의 불만이나 섭섭함이 없다. 국회의원 역할에 충실하게 임하겠다”며 불출마 입장을 냈다.

모두 내년 국회의원 총선 출마를 염두한 발언으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이 전주을 재선거에서 발을 빼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탈당 인사, 진보당 그리고 무소속 인사들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민주당 후보가 없는 상황이라서 최대 관심사는 역시 국민의힘 후보의 경쟁력에 모아진다.

지역 텃밭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가 탈당 후 출마하면 당 차원의 공식 지원은 받지 못한다.

따라서 집권여당의 집중적 지원이 예상되는 국민의힘 공천자와 치열하게 대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자에 대한 유권자 표심이 어떻게 형성될 지는 예측불허다.

더욱이 민주당에서 탈당 인사가 복수로 출마하게 되면 표가 분산될 수 있다.

재선거 특성상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커 누가 지역내 인지도와 조직력을 갖췄느냐가 승부처다.

이런 상황이어서 국민의힘 후보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만일 민주당의 후보 무공천에서도 집권당이 당선자를 내지 못한다면, 집권당에 대한 지역민심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냉랭할 것이다.

반대로 4월 재선거에서 국민의힘이나 타 정당, 무소속 인사가 당선된다면 오는 2024년 총선거에선 대대적인 현역 교체 바람이 불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현역과 입지자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다.
 

/지역내 유력 인사간 불꽃 경쟁 예고/

1일 현재 4월 재선거에 자천타천 출마 예상자는 10명 정도다.

일부는 이미 출마선언을 했고 출마선언을 할 예정인 이도 있다.

또 몇 인사는 출마를 더 고심 중으로 알려진다.

출마자 중에는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이도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인사도 있다.

김호서 전 전북도의회 의장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에 가서 제 목소리를 내고 당당하게 전북 몫을 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의회 의장을 지낸 만큼 지역내 인지도는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진다.

전 전북은행 노조위원장과 3선 도의원 그리고 도의장을 지냈다.

민주당 인사 중에서 관심을 끄는 이는 임정엽 전 완주군수다.

임 전 군수는 지역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돼 왔지만 그간 당 공천을 앞두고 좌절되는 불운을 겪었다.

임 전 군수는 특히 전주권에 탄탄한 지지세가 있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경우 강력한 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을 재선거의 최대 관심인물은 국민의힘 정운천 전북도당위원장이다.

정 위원장은 이달 중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인만큼 적절한 시점에 의원직을 내려놓고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위원장은 지난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전주을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어 지역내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식 후보로 출마하게 된다면 현 여권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에선 이미 출마를 선언한 이도 다수 있다.

강성희 진보당 전북도당 민생특위위원장, 김경민 전 국민의힘 전주시장 후보, 박종덕 전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 등이다.

진보당은 특히 대표 신년사를 통해 전주을 재선거 총력전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새해 신년사에서 “2024년 총선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던 이들을 정치의 중심으로 올리겠다”면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진보당이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최형재 전 민주당 전주을 총선후보, 민생당 공동대표인 이관승 전북도당위원장, 신원식 전 정무부지사 등이 출마를 고심 중으로 알려진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