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강명선

 

공사 중인 도로의 복잡한 차선 위로

신호대기 중에

창밖의 환경미화원은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도 모르게 독백을 하고 말았다

 

아침 열한 시

하늘에서 내리는 윤슬이

눈앞에서 따가울 때

우리의 거리는 참 가깝게도 여겨져서

풀어진 실타래처럼 마음이 감겨지고 있었다

누군가를 미처 용서하지 못했던 순간조차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 앞에서

 

바닥을 향해 고개 숙인 사람의 깊은 동작이

기꺼이 느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이웃들도 나처럼 

세밑이라고 일렀다

 

-강명선 시집<유월의 카프카>(시와사람. 2022)

세밑은 한 해를 경계하고 있다. 신호등은 동작과 정지를 경계하고 있다. 환경미화원은 깨끗함을 경계하고 있다. 새해, 고마움, 용서, 아침 열한 시 등등은 모두 시간과 감정을 경계하고 있다. 경계는 무엇을 의미할까? 물리적인 경계는 눈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시간을 경계하는 것은 시계와 달력을 이용해 알 수 있다. 반면 감정을 경계하는 것은 외부로 나타나는 얼굴 빛이나 행동으로 알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비밀한 마음이다. 마음은 타인보다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고마움과 미움, 경계이면서 내적 치열함이다. 시인과 시 사이의 경계이다.

세밑은 새해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와 같다. 섣달에는 묵은 것을 다 정리하는 게 수순이라고 한다. 특히 감정은 더욱 그렇다. 기왕에 남기고 싶은 감정이라면 고마움이 좋겠다. 우리의 거리가 깨끗하고 내 시야가 밝은 것은 궂은일을 하는 누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는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감사해야 한다. 복은 내 몸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업(화)는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안과 밖의 경계는 뚜렷하면서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그 결과가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니 새해에는 복 짓는 일에 치중해야 한다. 다가오는 2023년도 고마운 일만 있기 바란다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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