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립극단 정기공연
'선착장에서' 12일부터
마을처녀 명숙의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충돌담겨

전주시립극단의 제125회 정기 공연 ‘선착장에서’가 12일부터 15일까지 덕진예술회관에서 진행된다.

익숙한 것이 주는 진부함과 친금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이 작품은 한 여인의 죽음과 그곳에서 살아남은 주변인의 입을 통해 나타나는 우리네 인간의 욕심과 비리한 삶의 모습을 표현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살아 있는 자는 악취를 품어내며 거짓과 위선을 마구 쏟아낸다.

이 순간 과연 진실과 순수에 대하여 묵인이 옳은 일인지 발설이 옳은 일인지 그리고 옳고 그름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물과 단절된 지 일주일.

도저히 꼼짝할 수 없는 폭풍우 속에 한 사내(규회)가 칼을 들고 배를 띄우라며 소리치고 있다.

섬의 남성들에게 희롱당하던 사촌 동생 명숙의 관을 끌어안은 채.

그러나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의지를 잃어가는 울릉도 사람들을 향한 사내의 외침은 누구도 납득 시키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올 일상 속에 묻히고 만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울릉도.

열흘이 넘도록 계속 되는 궂은 날씨로 인해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배가 끊기자 섬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들은 그저 빨리 날씨가 풀려 육지에서 생황에 필요한 물자가 들어오길 바랄 뿐이다.

한편 정신이 온전치 않은 마을 처녀 명숙은 자신의 시신을 뭍어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

더구나 죽은 명숙이 홀 몸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술렁인다.

그녀의 사촌 오빠 규회는 명숙을 죽음으로 몰고 간 건 모두가 일조 한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힘들어하는 명숙을 위해 자살을 도왔다고 말한다.

소문은 퍼지고 마을 사람들은 명숙을 죽인 규회를 잡기 위해 병력을 동원하기에 이른다.

더욱 거세진 날씨 때문에 육지로의 이동이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규회는 명숙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뭍에다 묻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한다.

비바람 속에서 배를 띄우려는 규회와 이를 말리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의견충돌이 일어나면서 그동안 숨겨졌던 진실들이 드러나게 된다.

이 작품은 고립된 공간 속 인간 군상들의 잡다한 행태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일상의 사소함에 묻혀있던 사회의 부조리 그리고 가려져 있던 인간의 추악한 일면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오늘날 우리 연극 무대에서 감각적 허세에 가려져 있거나 차가운 공연 기호로 변해 있던 인간이란 존재가 ‘선착장에서’는 적어도 삶에 대한 치열함을 간직한 요소로 표현된다.

사람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배우들의 사실적 연기로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상당 부분 성찰하고 고뇌하도록 구성되어있다.

이러한 일상성,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박근형 연출의 열띤 관심이 특유의 감칠맛 나는 독특한 어법을 통해 관객들에게 표현되면서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전해준다.

작품의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풍랑을 상징하는 요소가 배제된 밝은 조명과 음악은 부조리에 개의치 않는 섬마을 사람들의 모순된 인식을 보여주고, 철 지난 유행가지만 아직도 흥겨운 ‘울릉도 트위스트’가 씁쓸하게 들리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극직 및 연출에 박근형, 총진행 정경선, 무대감독 구준호, 조연출 홍자연, 기획 정성구 등이 참여한다.

또 배역에는 고조영, 국영숙, 김영주, 서유정, 서주희, 서형화, 소종호, 신유철, 안대원, 안세형, 염정숙, 이병옥, 전춘근, 정경림, 정준모, 조민지, 최균, 최욱로, 홍지예 등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평일에는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3시, 7시에 진행되며 R석 2만원, S석 1만5,000원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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