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가는 이름들

김형중

 

샘물처럼 솟아나는 속울음의 시간들

속도를 줄여가는 내 가슴에 눈물 되고

평생을 함께해가며 미소 짓던 인연아.

 

세월을 이기려다 멀어져간 그리움이

야금야금 잊혀가는 지인의 이름들

눈가에 주름살처럼 잔잔하게 쌓인다.

 

김형중 시조집<깡통소리>(신아출판사.2023)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젊어서는 천천히 흐르더니 나이를 먹어갈수록 달려가고 쫓아가도 쫓아갈 수 없도록 빠르다. 뒤돌아보면 순식간에 여기까지 와버렸다. 나중으로 미뤄두었던 것들은 흔적조차 사라져버렸다. 남은 것은 늙음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기억은 낡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니, 그것으로 추억하면 하늘만큼 이상은 높았고 청산처럼 푸르렀던 과거가 있다. 추억이 푸를수록 그리움도 깊어지고 각인되었던 이름들마저 바래져 지워져 간다. 눈물 고랑처럼 눈가주름은 확연히 깊어졌다. 

오랜만에 정통시조집을 일독했다. 현대시라는 무질서한 글자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시가 등장하면서 뒤로 물러났던 시조다.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시조시인이 많이 있어 안도한다. 글자를 세어가며 글을 짓는 일은 봄마다 씨앗을 정성껏 심는 농부의 거룩함과 같다.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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