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 '2001년 대전은행
강도살인사건' 범인 단독
범행 결론··· 이승만 진술토대
114일간 수사 이정학은 부인

검창 송치되는 21년 전 대전 은행 강도 피의자 이정학
검창 송치되는 21년 전 대전 은행 강도 피의자 이정학

전북경찰이 21년 전 발생한 '전주 백경사 피살 사건'의 범인은 '2001년 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 이정학(51)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짓고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사건 수사와 관련, 직접 증거가 다소 부족했던 만큼, 관련 용의자의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판단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경찰청은 22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주 백경사 피살 사건' 강도살인 혐의로 '이정학'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이정학은 2002년 9월20일 0시44분께 전주시 금암동 전주북부경찰서 금암2파출소에서 홀로 근무하던 백선기 경사를 흉기로 여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는 백선기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과 실탄 4발, 공포탄 1발이 사라졌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으나, 최근까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을뻔 했다.

이처럼 20여년이 흐른 후 경찰이 두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 배경에는 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 사건의 공범 이승만(52)의 편지가 실마리가 됐다.

21년만에 되찾은 권총
21년만에 되찾은 권총

이승만은 지난 2월13일 경찰에 편지를 보내 "백 경사 살인 사건에서 사라진 총기가 숨겨진 장소를 알고 있다"며 권총을 숨긴 위치를 진술했다.

조사결과, 이승만은 이정학의 요청을 받고 이곳저곳에 권총을 들고 다니며 숨기다 자신이 달방생활을 하던 여관 천장에 권총을 숨겼다. 

앞서 배관공 기술을 습득했던 이승만은 이후 중동 지역으로 해외 근무를 나가며 권총을 숨긴 사실을 잊었다고 털어놨다.

전북경찰청은 이러한 이승만의 진술을 토대로 울산의 한 숙박업소를 찾아 천장에서 백선기 경사가 차고 있다 분실된 총기를 발견했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총기의 일련번호는 백 경사의 38구경 총기 일련번호와 일치했다.

이를 확보해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를 찾은 경찰은 47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정학을 범인으로 지목한 이승만의 공동 범행에도 무게를 뒀지만 114일간 이어진 엄정한 수사를 통해 결국 이정학의 단독 범행으로 판단했다.

이는 제보자인 이승만 진술이 대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 반면, 수차례 번복된 이정학의 진술에서는 모순점들이 다수 드러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추석 이틀 전부터 이승만이 전주가 아닌 대구 본가에 가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승만은 학교 입학을 앞둔 자신의 딸을 만나기 위해 가족이 있는 대구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이승만은 적극적으로 자신이 이 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해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이정학은 경찰에 "전주에 가본적도 없다"고 진술했으나,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정학은 전주에 수시로 방문해 지인을 만나거나, 불법 음반을 판매하기도 하면서 지리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이정학의 주장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대목이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범행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두 사람을 상대로 두 차례의 대질 조사 등 각각 10회가 넘는 조사를 벌였고, 당시 현장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과학수사를 진행한 끝에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정학은 현재까지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과 피의자 진술의 모순점을 밝혀내기 위해 전문적인 수사를 펼쳐 왔다"며 "피의자가 현재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추후 이어질 공판을 위해 더욱 구체적인 증거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 원활히 공소 유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강수사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병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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