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만든 선물 가치 못따져
최고의 선물, 최고의 브랜드

이영욱/한국전통문화전당 본부장
이영욱/한국전통문화전당 본부장

어린 시절 우린 누군가에서 선물을 하려 할 때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전하려 했던 경험이 적지 않게 있었던 것 같다. 보통은 최근 유행하는 아이템이나 고급브랜드 선물을 받는 것을 선호 할 것이다. 그러나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이 손수 만들어서 전하는 선물은 그와 견줄 수 없는 선한 무형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손으로 전하는 선물이 무엇이 있을까? 우선 수공예품이 생각난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공산품에 가까운 공예품이 아닌 창작자가 직접 제작하여 소량으로 판매되고 있는 수공예품은 문화상품 또는 작품으로써 희소성을 담보하고 있다. 얼마 전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기회가 생겨서 나름 열심히 흙을 쌓고 강사선생님이 마무리해준 작은 그릇이 도착했다. 청자 빛깔의 아담한 그릇은 지금 나의 전용 막걸리 잔이 되었다. 나에게 내가 선물한 듯 비슷하지만 다른 나만의 도자기 잔이 생긴 것이다. 예전 전주한옥마을에서 공예 관련 업무를 맡아 생활 할 때 공예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전시관을 찾는 고객분들 중에는 공예품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를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마다 나름의 방법으로 설명 드리고 안내하였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건 고객이 직접 제작해보고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예 체험을 한 고객들의 경우 하나의 도자 그릇이 제작되어 나오는데 얼마나 많은 손이 가고 정성이 담아져야 하는지 체감하고서야 그 가치를 조금이나마 인정하게 되는 듯 했다. 수공예품은 예술적·미적 평가를 떠나 우리의 생활 속에 함께 자리하며 정성이 담긴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작년 겨울에 한식문화진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과 순창에 있는 막걸리 제조업체를 방문하여 술 담는 체험을 했다. 제조업체는 일반 가정집 두 채 정도 규모로 막걸리 제조를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술 담는 체험을 일부 진행하고 있었다. 체험을 시작하는데 노부부께서 서로 만담을 하듯 너무나도 정감 있는 말솜씨로 재미있게 체험을 진행해주셨다. 술을 담는 과정 중 우리가 단시간에 할 수 있는 과정은 손으로 고두밥, 누룩 그리고 물을 적절하게 섞어주는 과정이 있었다. 손으로 열심히 재료를 치대주고 술덧을 용기에 담는 것으로 술 담기 체험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안채로 자리를 옮겨서 막걸리 시음과 함께 사모님이 내주시는 무화과를 주재료로 한 음식들을 맛보게 되었다. 음식을 맛보면서 노부부의 맛깔 나는 막걸리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너무도 정감 있고 맛깔 나는 이야기 속에 2시간 가까운 시간이 흘렸는데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아쉬운 자리를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각자 담근 막걸리는 우리 직원들이 30일간 술 익기를 기다렸다가 멋진 병에 담아 주었다. 순창의 노부부와 우리 직원들의 정이 가득 담겨진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어머님이 사용하셨던 발로 구르는 재봉틀과 재봉기가 있었다. 손재주가 좋으셨던 어머님께서 나에게 자켓을 만들어주신 기억이 난다. 옛 사진을 보니 시골집에 많은 친척들이 모여서 찍은 사진에 눈에 띄는 빨간색 자켓을 입고 있는 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재가 빨간색 ‘융’이어고 지금 생각하면 손으로 만든 티도 나고 왠지 어색해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당시 초등학생인 난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주신 옷을 잘 입고 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의 시점에서 한평생을 살면서 어머님이 손수 만들어주신 옷을 입어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난 초등학생 때 어머님이 선물해주신 최고의 맞춤형 자켓을 입어봤던 거다.

손으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유형의 것들 중에 만든 이의 정성과 열정이 담겨있는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무형의 가치들이 오늘의 전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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