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출간
세번째 소설집 '딥신'-'이모에게'등 7편담아

최은영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출간된다. ‘내게 무해한 사람’ 이후 5년 만에 고요하게 휘몰아치는 최은영의 세계를 물씬 느낄 수 있다. 특히 2020젊은 작가상 수상작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수록돼 관심을 받고 있다.

함께 성장하는 우리 세대 소설가로 독자들에게 자리매김한 최은영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올해도 데뷔 10년을 맞는 최은영은 ‘딥신’,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일 년’, ‘이모에게’, ‘몫’ 등 7편의 중단편을 담아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리는 데 특출한 감각을 발휘하는 최은영의 소설은 특히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과 부서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더 정확히는 무엇이 관계를 어그러뜨렸는지 치열하게 들여다보는 데 능하다. 이번 소설집의 특징 중 하나는 그러한 관계의 양상을 사회적 문제와의 연관 속에서 헤아린다는 점이다. 문학평론가 양경언이 정확하게 적시하듯 “최은영의 작품은 언제나 미묘한 파동이 만들어진 원인으로 여러 사회 조건 및 역사적,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을 짚어왔고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일에 ‘여전히’ 용감하다. 그러니 소설 속 인물들이 맺는 관계를 살피는 일은 그들이 발 딛고 선 땅이 어떠한지 파악하는 일과 떨어뜨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일 년’은 화자인 지수가 3년 차 사원이었을 때 계약직 인턴으로 입사한 동갑내기 ‘다희’와 함께 보낸 1년의 시간을 따라간다. 당시 지수는 풍력발전소 개소식을 앞두고 매일 공사 현장에 나가 상황을 점검하는 일을 맡고 있었고, 다희는 중국어에 능통하다는 이유로 지수의 어시스턴트로 근무를 시작한 참이었다. 정규직 사원과 계약직 인턴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함께 카풀을 하며 공사장을 오가는 동안 어디서도 한 적 없는 진실된 대화를 나눈다. 중요한 점은 이 짧은 마주침이 두 사람이 다시 관계를 시작하는 산뜻한 계기가 되는 게 아니라, 그 1년의 시간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솔직하게 돌아보는 시간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집중해 그리는 것도 그런 복잡한 어긋남과 화해의 과정이다. ‘일 년’이 관계의 변화 위에 비정규직 문제를 겹쳐놓는다면,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용산’이라는 공간을 부각시킨다. 소설은 희원과 그녀를 공통의 기억으로 가깝게 묶어주는 공간이자 정부의 과잉 진압으로 참사가 일어난 장소인 용산을 글쓰기의 바탕으로 환기함으로써 글을 쓰는 일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해나간다. ‘몫’ 역시 관계와 사회, 글쓰기라는 이번 소설집의 핵심 키워드가 집약돼 있는 작품으로, 교지 편집부 활동을 함께하며 가까워진 세 인물이 글쓰기를 통해 경험하는 성취와 보람, 한계를 강렬하게 그려낸다. 여성문제를 둘러싸고 갈등과 논쟁이 첨예했던, 어쩌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1990년대의 상황은 해진과 희영, 정윤 사이에 점점 틈을 만들어낸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