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우여곡절을 거듭하다 조기 퇴영으로 결정됐다. 전반적인 운영 미숙에다 준비 부족 상태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전북을 전 세계에 홍보하겠다"는 도의 야심찬 목표도 사실상 멈춰서게 됐다. 

여기에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고 태풍 카눈마저 오는 10일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등 기상 환경까지 전북에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폭우, 폭염, 해충, 배수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설마, 설마 하다가 결국 오늘 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새만금 잼버리가 워낙 국제적 행사이다보니 여야 정치권의 책임 공방전도 격화하고 있다. 당장 내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지니 선거에 나서야 하는 정치인들 입장에선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도 없다. 

더욱이 잼버리 사태는 '국격 추락'이라는 엄청난 사회적 이슈로 확대돼 버렸다. 잼버리 대책과 관련한 국제적 비판 그리고 행사 차질에 따른 보상비용까지 감안하면, 잼버리 후폭풍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 일례로 새만금에서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이동한 대원들의 숙식비는 물론 K팝 콘서트의 장소 이전과 관련한 '추가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정치권은 잼버리 사태를 놓고 연일 공방전을 펼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격이 더 이상 추락되지 않도록 정부가 총력 대응해야 한다"면서 "문제가 발생하니까 남 탓하고 있다. 각국 대표단의 조기 퇴영이 잇따르고 급기야 성범죄 의혹도 생기고 있는데 사건 축소만 급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같은 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국익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자당 인사들의 패륜 행각과 당 대표 또 국회의원들의 사법리스크를 돕기 위해 국면 전환용으로 국제대회를 악용하고 있는 행태는 결코 제대로 된 공당의 모습이 아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을 정리하면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의 운영 미숙을, 국민의힘은 전 정부의 준비 소홀을 지적한 것이다. 양쪽 모두 잘잘못이 있음은 분명하다. 오랜 기간 투입한 예산 그리고 현 정부의 최종 준비 등이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등으로 '상승 기류'를 타고 있던 김관영 도정은 사태 수습의 과제를 안게 됐다. 

김관영 지사는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새만금 잼버리를 유치하고 준비해 온 전북 입장에서 그동안 염려해 주시고 또 많은 걱정들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집행위원장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행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뒤에 하더라도 늦지 않다. 온 국민들이 힘을 모아서 행사를 잘 치르고 한국민들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만금 잼버리가 전북 발전을 위한 희망의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도민들 입장에서, 이번 잼버리 사태는 날벼락이다. 아쉬움이 너무나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이다. 남은 일정이라도 차질없이 잘 치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책임 소재는 나중에 철저히 규명하면 된다. 새만금을 찾아 온 '손님'들이 조금이나마 좋은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급선무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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