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2015년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 연합회 관계자에게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오염수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오염수 방출에 반대하거나 시기상조라는 사람들은 일본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결과적으로 자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자국민을 기만했음에도 관계자의 일정한 이해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현의 어업인 등은 “이해를 얻었다고 하는데 대체 어디서 이해를 얻었냐? 누구에게서 이해를 구했는지 전혀 납득이 안 된다. 총리는 왜 약속을 어기나?”라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야당의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업관계자들은 아직도 “해양방출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일본정부는 말 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관계자'와 '이해'의 개념을 교묘하게 조작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약속 파기를 정당화하려고 언어유희를 하려고 한다. ‘관계자’를 굳이 어업인들로 한정하지 않고 ‘이해’ 역시 지속하고 있다는 식이다. 

자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일본정부를 우리는 믿을 수 있을까? 이러한 일본정부를 신뢰하는 우리 정부가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다. 일본정부는 오염수 처리에 대한 정보를 숨기거나 문제를 축소함으로써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가기에 급급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다른 어느 나라들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이러한 지지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으면 일본정부는 “외국에서의 지지 또는 이해가 방출 결단을 뒷받침했다”고 밝히고, 한 외무성 간부는 “한국이 긍정적인 말을 해준 게 컸다”고 인터뷰를 하겠나? 사실 전 세계적으로 우리 정부만큼 오염수 방출을 옹호한 나라가 있을까 할 정도다. 미국도 “방출 절차”에 대해 만족한다고 하였을 뿐 안전성을 신뢰한다고 우리만큼 노골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로 인해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와 일본식품 전체에 대한 검사강화를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정부는 우리 정부의 옹호 정도를 보고 중국의 조치가 이 정도로 강경하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했던 것 같다. 일본 정부가 중국의 강경한 조치를 보고 매우 당황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일본정부는 중국의 조치를 정치적 목적이 크다고 비판하지만 중국은 최소한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줬다. 

오염수 처리가 과학적 근거를 떠나 일본정부의 신뢰할 수 없는 태도로 인해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면 누구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까? 당연히 국민의 안전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민의 안전보다는 일본정부의 조치를 더 신뢰하고 이를 넘어 오염수가 안전하다며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여당과 정부의 태도는 분명 심각한 문제다. 일본 정부는 다른 처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실리를 위해 해양방출을 강행했으며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어업인의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괴담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더 괴담처럼 느껴진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수십 번이라도 더 돌다리를 두드려야 한다.

/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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