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잼버리 부실 논란이 언론을 도배할 때는 전북이 고향인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잼버리의 부실 논란은 뜨거웠다. 잼버리 파행에 대해 전북도의 책임이 없지 않지만 잼버리조직위와 여성가족부에게 막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주무장관인 여성가족부장관을 비롯해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새만금 예산으로 분풀이를 하는 듯하다.            

전북도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에서 새만금의 사회기반시설(SOC)예산은 78%나 줄어들었다. 대표적으로 새만금국제공항 예산은 올해 본예산 580억원에서 내년 66억원으로 89%, 신항만 예산은 1677억원에서 438억원으로 74%, 고속도로 예산은 1191억원에서 334억원으로 72%로 대폭 삭감됐다. 그렇다면  정부는 대한민국 SOC 예산을 전체적으로 삭감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11조원으로 4.6%나 증액됐고, 구체적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산은 4.125%나 대폭 늘어났다. 이러한 수치를 보고 새만금 관련 예산 삭감이 정상적이라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내년도 새만금 관련 예산안을 대폭 삭감한 배경에는 몇 가지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 첫째,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잼버리의 파행 책임을 전북도에 묻는 성격이 매우 강하다. 국민들에게는 예산을 대폭 삭감한 이유가 전북도의 무능 때문으로 비춰질 수 있다.   둘째, 새만금 예산 삭감에는 내년 총선에 대한 지지층 결집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새만금 공항 예산은 터무니없이 삭감한 반면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예산을 4,000% 이상 증액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지역 갈라치기를 함으로써 지역감정을 심화시키는 모양새다. 

셋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예산을 이전 수준 이상으로 대폭 증액하지 못하거나 증액이 최소화에 그치면 민주당의 무능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여당이 조금이라도 증액하겠다고 하면 여당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의 숨은 의도를 정치권에서 모를 리 없다. 관련 상임위 및 예결위 예산심사 과정에서 예산을 원상으로 회복하거나 최소한 SOC 예산 증액 비율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 예산심사가 본격화되면 전북의 정치인들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활을 걸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예산안을 보면 현 정부와 여당이 전북을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북을 무시하는 정도가 도를 넘었다. 전북의 미래가 새만금에 달려 있고, 새만금에 대한 전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정부와 여당이 전북을 생각하는 수준이 고작 이 정도에 머물러 있다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내년 새만금 예산을 원상으로 회복시킨다 하더라도 정부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전북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예산안 편성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비정상적으로 삭감한 예산안을 편성한 이유 및 청와대 등에서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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