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가 19일째 단식을 이어가다 건강악화로 병원에 이송됐고, 입원 상태에서도 단식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 정국을 통해 인간미라고는 느낄 수 없는 비정한 정치권력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일 듯싶다.  

이 대표가 병원에 실려 가는 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누가 단식하라 했나?”라고 말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제1야당의 대표를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설사 일반 국민들 중의 한 명이 같은 상황이라 해도 해서는 안 될 말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나"라는 발언은 단식의 대의에 대한 무시는 둘째 치고 잔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법무부장관으로서 할 말은 해야겠지만 국정운영의 파트너라 할 수 있는 제1야당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는 지켰어야 한다. 아니, 먼저 인간적인 아쉬움의 표명이 있어야 했다.

단식은 정글 같은 정치 세계에서 약자의 마지막 저항이다. 비정한 정치권력 앞에서 제1야당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란 게 사실상 전무하다. 오염수 방출에 대한 정부의 비상식적인 대응, 독립전쟁의 영웅 홍범도 장군을 공산당으로 매도하며 육사에 설치된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역사부정 행위, 해병대 채상병 수사외압을 폭로한 수사단장 입건, 서울 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뜬금없이 대통령 처가 땅 쪽으로 바뀌었다는 의혹 등 앞에서도 대통령과 정부는 눈 하나 끔쩍하지 않았다. 과반수의 의석을 훨씬 넘는 제1야당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무기력을 깨닫고 결국 단식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다. 폭주하는 정권을 견제하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단식을 희화하고 있다. 여당, 대통령실, 장관 등 너나 할 것 없이 품격 없는 발언으로 야당을 격앙시키고 실타래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정부와 여당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분별력 없는 발언들은 해법 모색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과 여당은 이제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은 침묵을 깨고 단식 정국에 답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계속해서 권력에만 의존해 경색국면을 장기화한다면 국민들은 정치력 없는 정권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검찰의 수장이 아니다. 최고의 정치적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정국이 경색되어 있으면 난국을 풀어가야 할 정치적 책임이 있다. 정치는 참과 거짓의 영역이 아닌 만큼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정치 앞으로 나와야 한다. 이 대표에게 특혜를 베풀라는 의미가 아니다. 제1야당의 대표를 정국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의 대상이기 때문에 말을 섞을 수 없다는 식의 자세는 국정운영의 주체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꽉 막힌 정국으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무엇보다 인간미 없는 정치로 인해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더 깊어질 우려가 크다. 아무리 정치가 비정하다 하더라도 기본은 지켜야 한다. 위로해야 할 때 위로하고 삼가야 할 말은 삼가야 한다. 이번 기회를 국정쇄신의 동력으로 삼고 정치는 인간미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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