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새만금 갯벌을 막아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바다와 강이 접하는 기수역인 만경강과 동진강 수역에서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물고기를 잡았고, 백합·죽합을 잡는 맨손어업으로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 그들에게 새만금 갯벌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하지만 정부가 식량 확보를 위해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획하면서 새만금 인근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박정희 정부인 1970년대 초, 세계적인 식량파동을 겪으면서‘옥서지구 농업개발사업계획'을 발표하고, 1987년 전두환 정부에서‘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을 발표하였다.

1991년 노태우 정부에서 새만금 방조제 건설이 시작되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 140배의 간척지와 군산·김제·부안을 잇는 33.9km,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건설하는 단군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 시작되었다.

당초 2004년 완공을 목표로 시작한 새만금사업은 1999년 수질문제로 1차 중단되었고, 2001~2006년까지 환경단체의 반발로 2차 중단되었다. 새만금의 눈물이 시작되었다.

오랜 진통 끝에 2006년 물막이 공사가 끝났다.

당초 100% 농업용지였던 새만금사업은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새만금신항과 인입철도,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동서 2축, 남북 2축 도로 계획과 농업용지 30%, 비농업용지 70%로 계획이 변경되면서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인 2014년, 새만금 신공항건설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항만, 철도, 공항을 갖춘 동북아 물류허브를 위한 트라이-포트 계획이 완성되었다.

모든 정부마다 새만금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렸지만 개발은 지지부진 하였다.

전북은 새만금사업의 활력과 돌파구를 찾고, 산과 들과 바다가 만나는 새만금을 홍보하고자 새만금에 세계잼버리 대회를 유치하였다. 천혜의 자연 새만금에서 전세계 청소년들이 꿈과 낭만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벅차올랐다.

하지만 정부와 여가부, 조직위의 준비 부족, 무관심과 무대책 속에서 잼버리가 파행되었다. 전북의 소박한 꿈도 산산이 조각났다.

대회 1년 전부터 잼버리대회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수도 없이 지적하였고, 대책을 세워달라고 했다. 전세계 5만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축제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간곡하게 호소하였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훗날 역사가 주무 부처인 여가부 장관을 심판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도 놓아보았다.

잼버리대회 문제없다. 폭염·폭우대책, 위생대책, 의료·안전대책 다 세워놨다던 장관의 확신에 찬 대답은 잼버리대회가 시작되면서 허공의 메아리로 사라졌다.

호언장담했던 정부의 대책은 없었고, 전북도민의 자긍심과 자존심은 무너졌다. 마음의 상처가 생겼다.

정부는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라북도와 새만금의 책임으로 몰아갔다. 내년도 새만금 관련 예산 5,528억원(78%)을 삭감하였다. 역대 정부예산 삭감 중 최대규모를 삭감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정부는 새만금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발표하였다.

또다시 새만금의 눈물이 시작되었다.

새만금사업 착공 후 32년이 흘렀다. 강과 산이 3번이나 바뀌는 동안 부지 매립률은 고작 48%이다. 국책사업이 32년동안 48%의 공정률은 새만금이 유일하다.

올해 새만금 산단이 완판되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새만금에 몰려오고 있다. 새만금은 대중국·동북아 물류허브의 중심지로서 대한민국 최대의 잠재력을 가진 곳이다.

처음 그 누구도 새만금을 막으라고 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누구도 새만금을 다시 멈추라 할 수 없다.

새만금은 죄가 없다. 정부는 새만금사업 전면 재검토를 재검토 해야한다. 그것이 새만금과 전북도민들에 대한 예의다.

/국회의원 이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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