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병)
/김성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병)

2016년 전주에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두 살 아이가 7시간 동안 전국 14개 병원을 돌다 소아외과 의사를 만나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비극적인 두 살 아이의 사건으로부터 7년이 지난 2023년 3월에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이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사망했고 5월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이 병상을 구하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사는 환자와 가족은 매주 ‘상경 전쟁’을 벌인다. 서울에 있는 ‘빅5 병원’에서 진료받기 위해서다. 지역을 떠나서 서울 병원으로 향한 비수도권 환자는 매년 71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치료비를 합하면 2조 2,000억원에 달한다. 대형병원 주변에는 상경 환자와 가족들이 거처로 마련한 이른바 ‘환자촌’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의사 부족 국가이다. 대한민국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1명으로 OECD 평균 3.7명의 60%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은 1,000명당 의사 3.47명인데 반해 강원, 전남, 경남, 울산, 충북, 충남 모두 1명대에 머물고 있다.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하니 외과와 소아과, 응급의학 같은 필수 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없고 지역으로 내려가 근무할 의사를 찾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의사 정원은 요지부동, 18년째 3,058명 그대로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보다 인구 천만이 많은 영국은 의대 42곳에서 8,639명을 뽑았고 우리 인구 두 배인 일본은 81개 의과대학에서 9,330명을 선발했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 다수의 나라들은 고령화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의대생을 크게 늘렸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은 38%, 일본은 18% 증가했으며,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64%와 79%를 늘려 의사 정원을 둘러싼 세계적인 흐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지난 19일 ‘필수 의료 혁신 전략회의’에서는 필수 의료 붕괴와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국립대 병원을 필수 의료의 중추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의대 정원 문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발표했고, 의대 정원 문제를 국면 전환용 카드로 다루거나 의사들의 집단 반발 앞에 흔들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행정부 단독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여야가 긴밀히 대화하고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공공-필수-지역의료 살리기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의대 정원 문제를 단순히 의사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보건의료 체계 전반을 재구성하고 개혁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공의대를 신설해서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도 정부 정책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도 이익단체에 밀려 물러서거나 흐지부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더 이상 응급실을 찾다 사망하는 국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서울 대형병원 인근에 진을 치는 지역 주민의 고단한 상경도 없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아도 최고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원칙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성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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