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아마도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뜻을 기술해 본다. 전국 시대 송(宋) 땅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집에다 수십 마리의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다. 그처럼 많은 원숭이를 기르다 보니 먹이의 문제가 여간 큰 부담이 아니었다. 식량은 동이 났고, 사람도 짐승도 먹을 것이라곤 도토리밖에 없었다. 그 도토리마저 충분하지 않은 형편이었다. 저공은 원숭이들을 모두 불러 놓고 말했다. “이제부터 너희들한테 ‘아침에는 도토리 세 개, 저녁에는 네 개’를 주려고 한다. 괜찮겠느냐?” 그러자 원숭이들은 저녁보다 아침에 하나 적으면 배가 고프다며 아우성이었다. 그렇다면 아침에 도토리 네 개, 저녁에는 세 개로 하자꾸나. 그렇게 하면 아침에 저녁보다 한 개를 더 많이 먹게 되는 셈이지. 어떠냐?” 그러자 원숭이들이 이번에는 모두 좋다고 기뻐했다. 아침에 한 개를 더 먹는다는 데만 생각이 미친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지적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을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국회의원들은 여당 때 행동이 다르고 야당 때 행동이 다르다. 여당일 때 정당하다고 말한 것이 야당이 되었을 때는 불리하여 부당하다고 야단을 친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거의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다. 조석으로 생각이 달라지는 것처럼 달라지는 것이 정치인들이라서 아마도 이 말에 겉으로는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마음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정치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할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조삼모사 정치인이다.

최근에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말로 여야에서 서로를 비판한 일이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를 두고 진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드리고 있다”며 “조삼모사식 눈속임으로 물가가 잡히는 것도 아니고 수출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실 설계된 예산안을 바로잡는 일부터 먼저 해야될 거 같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내년 예산 증액을 주장하자 “하루빨리 고물가 상황을 끝낼 생각은 안하고 세금을 더 풀자고 하는 건 조삼모사보다 못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국가 재정공백을 주장한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은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민주당 진단이 위험할 정도로 왜곡돼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고물가, 고금리로 민생이 어렵다는 걸 이야기하면서 재정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모순투성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이 진정성을 가지고 국가의 미래와 어려운 현재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발언이라고 보는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 마찬가지로 모두가 자신만이 진정한 국가와 나라를 위한 정치인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발언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란 국가의 장래보다도 현재 인기영입을 위해 여론에 방향에만 눈을 돌리기 때문에 나라가 잘못되어도 자신만 권력을 가지면 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애국심이라고는 그다지 없는 사람들처럼 보이는데 언제부터 나라 걱정을 해서 서로가 조삼모사라는 말을 써가면서 상대당을 비판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내놓는 주요 법안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여야가 합심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에 나선 ‘달빛고속철도’가 이슈다. 여야는 대구·광주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2038년 아시안게임 유치와 영·호남 동서 화합을 개통 명분으로 내세워 예타 없이 추진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경제성이 낮아 20여년간 번번이 좌절됐던 달빛고속철도를 경제성 평가를 거치지 않고 건설하겠다고 역대 최다인 261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안에 비해 그 예산 발의과정은 낙제점이다. 국토교통부는 특별법대로 ‘복선' 고속철도를 건설하면 총사업비가 11조299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단선 고속화 일반철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6조429억원으로 추산되어 특별법의 복선 고속철도와 5조2570억원 차이다. 그런데 관련 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달빛고속철을 복선 고속철도로 운행하면 광주~대구 구간 84분이 소요된다. 단선 고속화 일반철도 운행 시 소요시간은 86분이다. 2분이 빨라지는데 5조원이 넘는 돈이 쓰이는 셈이다. 다행히 대구시와 광주시가 수정안으로 밝힌 '일반·복선' 철도로 건설하면 ‘복선' 고속철도에 비해 사업비는 8조7110억원으로 2조5889억원이 줄어든다.

단순히 한 예를 들었지만 충분한 예로 볼 수 있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필요한 예산은 줄이고 자신의 입지를 위한 예산을 늘리는 등으로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팔아서 현재를 살려는 정치인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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