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전북이 여기저기에서 난타당하고 있다. 동네북이라는 말도 듣는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게 새만금 SOC 관련 예산은 거의 전멸당하다시피 했고, 이제는 지역구 국회의원 10명도 9명으로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잼버리 파행이 전북 책임이 아니라고, 책임을 진다 해도 과도한 책임론은 안 된다고 해도 전북 하소연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올해 정기국회, 전북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건 새만금공항 예산이다. '공항'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공항 오지 전북에 비해, 타 지역의 공항 건설 계획은 아무 제동없이 순풍에 돛 단듯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그런데 새만금공항은 기재부 앞에 멈춰 서 있다. 

공항에 얽힌 전북 사연을 좀 돌아보자. 처음 전주공항(김제공항) 추진 얘기를 들은 게 1998년 쯤이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고 DJ 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당시 유종근 지사는 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지사는 팝의 황제라 불리는 마이클잭슨을 새만금으로 초청했고 '다우코닝' 유치에도 힘썼다. 유 지사는 그러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선 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 지사와 전주권 초선인 장영달, 정동영 의원은 의기투합했고 전주공항 건설이 추진됐다. 그러나 해당 지역내 반발이 거셌고 이런 분위기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전주공항이라면서 왜 김제에 짓느냐"는 말까지 나오면서 전주공항을 김제공항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결국 김제 민심을 의식해 전주공항은 김제공항으로 명칭이 변경되기도 했다. 

전주공항, 김제공항, 전북권공항, 새만금공항 등 전북은 단 하나의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예타 면제를 받은 뒤에야, 도민들은 이제 제대로 건설되나보다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공항은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당초 올해 정부 예산안에 새만금공항 예산은 580억원이 올라갔지만 기재부가 이를 대거 삭감하고 66억원만 반영했다. 전북도와 정치권은 이를 재반영시키기 위해 정기국회 내내 전력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반영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전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답은 알고 있지만 '왕따'를 의식해 말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바로 정치적으로 여야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총선을 통해 여야가 어느 정도 섞여 있어야 하는데 전북은 거의 특정당 중심이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보수정당 출신인 정운천 의원이 전주에서 당선된 건 기적적인 사례다. 

그 때나 지금이나 술자리, 사석에서 쉽게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마음은 안 그런데, 투표장만 들어가면 손이 따로 찍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표는 특정당 후보에게 찍는다는 뜻이다. 

속물처럼 말한다면 대통령 선거는 1대1 대결이니 한 쪽으로 몰릴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총선은 다르다. 10석 지역구에서 10명 모두 특정당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표심은 충분히 나눌 수 있다. 51대49로 극적으로 당선되느냐, 아니면 90대10으로 당선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보수정당 후보의 당선 여부는 차치하고 적어도 득표율 정도는 올려줘야 여권이 전북을 달리 볼 것이다. 특정당이 지역구 10석을 다 가져간다 하더라도 변화의 기미는 보이는 게 필요하다. 여권 부재, 여당 정치인이 거의 전멸된 상황에서 전북이 동네북처럼 호되게 당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선 어느 정도 '전략적' 표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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