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니스트
/이춘구 칼럼니스트

궁벽한 시골에 살면서도 나랏일과 지역 일을 보면 온통 걱정이다. 정치가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 부담을 주며 짜증나게 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격하게 얘기하는 사람은 정치무용론 내지 정치무망론을 주장한다. 양대 정당만 보더라도 서로 부패와 무능의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여당과 정권을 향해 무능하다며 공격하고, 여당은 야당이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반격한다. 오죽하면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한 말이 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를까? 이건희 회장은 1995년 4월 13일 북경에서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라고 지적했다.

필자가 세상과 조금 거리를 두고 관찰한 결과 정치의 부패와 무능으로 나라는 소멸위기를 걱정해야 하며, 젊은이들은 미래의 희망을 보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방은 더욱 더 심각하다. 일부 권력을 잡은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은 지방권력의 정점에 서서 지역의 대소사에 간섭하며 기득권 카르텔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전라북도 같은 광역자치단체의 생존마저 걱정되는 데도 정치권은 제 몫 확대와 지키기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언론과 학계 등 정치권 생태계를 감시하는 분야에서 올바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는다. 오히려 정치권에 기생하며 제 몫을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이자 대의제를 감독해야 하는 의무감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한나 아렌트가 설파한 바와 같이 주권자인 국민은 투표일만 주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대의원의 임기 내내 비판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대의원으로 뽑힌 정치인이 특권에만 몰두한다면 그 특권을 내려놓도록 하는 것도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국회의원 특권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꿈꾸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어느 용감한 국회의원이 있어서 특권을 포기한다면 그는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지방에서는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이 기득권 카르텔을 공고히 하며 자신들의 리그가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데 혈안이 돼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이 이를 혁파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이처럼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하고 국민이 정치인의 볼모로 잡혀 있는 것은 정치인의 품성과 공민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퇴계 이황이나 율곡 이이처럼 자신을 통제하고 수양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사회에서는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는 대의원들은 우선 품성과 공민교육을 받아야 한다. 공(公, Public)이 무엇인지, 공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요구하는지 피부로 체감해야만 한다. 그래서 대의원들은 정치적으로 선임된 공복(公僕, Public Servant)이라고 한다. 공복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나라와 지방이 바로 설 것이다. 

제22대 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크게 기대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바르게 형성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예비후보들의 행태를 냉엄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비후보들이 어떻게 살아오고, 국가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그리고 미래비전을 그리며 실천할 능력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공복이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며 거꾸로 주인 노릇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라나 지방의 기본질서가 어지러워질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이나 기성 정치인일지라도 자신이나 집안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념하는 자도 당연히 배제대상이다. 

전북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제22대 총선에서 정치적 혁명을 이룩해야 하는 일은 더욱 더 절실하다. 우선 국회의석 10석을 지켜내는 선거구 획정과 완주?전주통합이 선결과제이다. 아울러 중앙무대에서 전북의 몫을 지켜내고 그동안의 차별을 극복해낼 거물정치인도 지지해야 한다. 신구 청장년 조화로 전북특별도의 미래비전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내야 한다. 제21대 국회의원 상당수는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주권자인 전북 도민이 민주적 정치혁명을 이룩하는 데 선봉에 서야 한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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