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를 깎는 개혁··· 전북대 글로컬대학 본격화

전북대 GLOCAL 스펠링 6개 목표 세워
단과대학-학과 통폐합 모집단위 축소
기업 상생 클러스터 구축-서남대 활용
지역특화교육프로그램 지역상생 모델로
도내 모든 대학생 자대생과 동일 권한
대규모 학사조정 80% 이상 찬성-지지
연계전공-융합전공 필요성 73% 동의
다중전공 성적 기준 없애 선택의폭 넓혀
JBNU 지역발전연구원-연구소 설립
새만금-전주완주-익산정읍 산업 구축도
서남대 남원 특화산업 판소리-드론 활용
도내 10개 대학 지역 위기 극복 협약 체결
2028년까지 유학생 5천명 유치 총력

전북대학교는 작년 11월 교육부가 혁신을 이룬 대학에 5년간 1,000억에 달하는 지원금을 배부하는 ‘글로컬대학30’ 에 최종 선정됐다.

단일화 광풍을 거스른 단독 지원, 도내 대학과의 지원금 공유 선언 등 타 대학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공약과 함께 ‘올해는 전북 대신 전남 지역에서만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도민들은 새만금, KCC에 이어 혹여나 글로컬대학까지 놓칠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도내에서 유일하게 선정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악재 속 전북을 구한 전북대.

본 기사는 본격적으로 글로컬대학의 행보를 걷는 양오봉 전북대 총장과의 일문일답을 재구성해 이들이 취한 전략과 앞으로의 계획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돌아보는 ‘출발점’…주효한 전략은?

전북대는 GLOCAL 스펠링의 앞 글자를 딴 6가지 목표를 세웠다.

각 알파벳은 외국인 유학생 5,000명 유치와 그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해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는 Global hub, 전북 지역 대학 간 벽 허물기를 통해 타 지역대학과 상생하는 Local leadership, 학제 광역화·학생 전공 선택권 보장 및 융합 전공 활성화를 통해 학생 중심의 대학을 만드는 On student perspective, 폐교로 인한 유휴 캠퍼스를 재생시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Campus regeneration, 대학-산업 도시 트라이앵글 구축을 통한 이차전지와 K-방위산업, 반도체 등의 산업을 부흥시키는 Alliance with local industry, 지‧산‧학‧연 싱크탱크를 구축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Linking academic and local knowledge라는 뜻을 지녔다.

양 총장이 꼽은 첫 번째 유효타는 단과대학이나 학과 간 벽을 과감히 허문 것이다.

현 106개에 달하는 모집단위는 2025학년도부터 42개로 줄이고, 2028학년도에는 24개로 더욱 축소한다.

2025학년도에는 선제적으로 공대·농생대·사회대·상대·생활대·자연대의 모집 단위가 단일화되며 이후에는 신입생 전원을 무전공으로 모집하는 방안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입생 모집 단위를 광역화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제 표준에 맞는 학사구조의 혁신 모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역이 갖고 있는 특징과 장점을 활용하고, 단점까지 지역상생의 모델로 승화시켜 지역발전을 이끄는 계획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북대만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는 크게 세 가지를 손꼽았다.

지역 특화산업을 이끄는 기업과의 상생 클러스터 구축, 그리고 서남대 폐교 부지를 활용한 지역특화 교육 프로그램 제작 및 지역재생 모델로의 활용 제안, 타 대학과의 상생 발전이다.

실제로 예산 500억을 활용해 공유 인프라 구축과 공유 교육 콘텐츠 개발 등에 투자하고, 도내 모든 대학생이 전북대가 보유한 인프라와 시설 등에 대해 자대생과 동일한 권한을 갖도록 한다는 상생 방안은 공개 당시 ‘교육부 방침과 반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작용했다.
 

▲대학-학생 일심동체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대규모 학사조정이 예정된 가운데, 학생들의 반대는 없었을까.

양 총장은 “학생 중심의 혁신안을 마련하는 것은 대학이 오랜 세월 이어 온 학사구조를 혁파하는 일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논의가 필요했다”면서도 “구성원들이 대체로 공감해 주셨다”고 회고했다.

전북대와 양 총장에 따르면 당시 학생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800명 중 80% 이상이 학사구조 개편안 등에 찬성,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또 예비선정 이전인 작년 4월 2,43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컬대학 학생 인식 조사’에서는 웅답자의 65%가 “학사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한 연계전공 및 융합전공 개설 필요성에 대해서는 73%가 동의했다.

학생들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던 만큼, 전북대 측은 학생들을 위해 전공 선택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다수의 학생은 전공필수제 제도 하에 주전공으로만 졸업한다.

앞으로는 학사구조 개편을 통해 학생들이 융·복합형 인재로 커나갈 수 있도록 다전공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특정 학문 분야의 과목군에서 최소단위(micro) 학점을 이수하면 그 내역을 인증하는 ‘마이크로디그리’ 개설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양 총장은 평균 학점이 2.75 이상이어야 했던 다중전공 신청 조건을 개정해 성적 기준을 없애고, 복수·부·연계·융합전공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던 제한을 복수·부전공 중 1개, 연계·융합전공 중 1개씩 신청 가능하도록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역상생 본격화

전북대는 우수 인프라와 지역발전을 접목하는 핵심 방안으로 대학 내에 ‘JBNU 지역발전연구원’을 만들고, 도내 14개 시·군에는 특화산업 육성 및 지역발전 견인의 임무를 수행하는 ‘지역발전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새만금과 전주·완주, 익산·정읍을 3개 축으로 하는 ‘대학-산업 도시’(JUIC Triangle) 구축도 추진한다.

전북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첨단 산업분야를 육성하고, 관련 분야 우수인재 양성을 선점하겠다는 것.

양 총장은 각 지역별 강점을 활용해 새만금 지역에 이차전지 및 K-방위산업과 센서반도체를, 전주·완주에는 농생명과 그린수소 클러스터를, 익산·정읍에는 펫바이오와 동물의약품 등으로 세분화해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을 모색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남원시와의 MOU를 기반으로 한 지역 폐교대학 활용도 언급됐다.

전북대 측은 남원에 K-컬처 학부를 설립해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특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요자 맞춤형 한국어학당과 단기 방문 외국인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서남대 부지는 남원의 특화산업인 판소리나 코스메틱, 전통목기, 드론 등과 관련한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가장 중요한 서남대 부지 확보 건은 남원시 의결을 마쳐 내년 부지매입비 205억 원의 예산편성이 확정됐다.

전북대는 소유권 이전 등 공유재산 취득, 기획재정부 교환 협의 및 감정, 의회 교환 처분 승인 및 소유권 정리 등의 절차를 진행해 올해 4월까지 최종 취득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작년 9월에는 도내 10개 대학이 대학 간 벽을 허물고 지역사회 위기 극복을 위해 협약을 체결, 실행계획을 구체화했다.

기존에 선언한 500억의 예산은 공유 인프라 구축과 공유 교육 콘텐츠 개발, 전북대 인프라 전면 개방 등에 활용된다.

이에 따라 전북대 도서관은 지역대학 학생과 주민이 자대 학생과 동일한 권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J-Card 기반의 모바일 원패스 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초·보호학문 분야 교과목 운영이 어려운 도내 대학을 위한 500건의 교육콘텐츠도 공유된다.

지역 대학을 위한 지·산·학·연 싱크탱크 구축과 지역문화 해결 프로그램 운영도 추진된다.

이외에도 단독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학생 해외 파견이나 글로컬 PBL(문제바탕학습)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고, 대학별로 글로컬 예산을 활용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가칭)지역대학 특화유도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다.

 

▲외국인 유학생, 전북의 일원으로

전국 각지의 대학들이 우수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고 졸업 이후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학령인구 급감이다.

학령인구 급감이 야기하는 지역소멸은 곧 대학소멸로 이어지는 만큼, 양 총장은 2028년까지 유학생 5천 명을 유치해 위기를 타파겠다는 뜻을 지속해서 알려왔다.

그는 온라인 국제캠퍼스(센터)에서 1년, 전북대에서 3년을 배우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nline to Offline) 국제캠퍼스(센터)’와 해외 주요 대학과 공동 운영하는 국제캠퍼스(센터) 구축, 그리고 현재 전북대가 주도하는 아시아대학교육연합체(AUEA)의 확대를 통해 우수한 유학생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K-컬처학부나 K-커머스, 이공계열 자율전공인 K-과학기술학부 등을 신설하고, 국제센터와 유학생 편입학 제도 도입 등을 통해 1,900명의 학부생을 확보하는 계획도 공개됐다.

더불어 첨단·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석·박사 과정생 2,000명을 확보하고, 비학위과정 교환학생을 확대해 1,100명을 유치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북지역 특화형 유학생 지역산업 현장실습 및 인턴제 도입, 외국인 유학생 창업 지원센터, 유학생 가족 기숙사 등 유학생들이 전북 지역에서 공부하고 지역 특화형 산업계에서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면서 주거 안정까지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양 총장은 “글로컬대학30 사업이 대학뿐 아니라 전북지역 발전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지역발전을 이끄는 플래그십대학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세계적인 글로컬 대학으로 당당히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황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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