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염없이, 하염없는 날들이 흐른다

11년만에 5번째 시집 깊은 외로움-쓸쓸함
혼자만의 공간-시간 즐기는 익숙한 존재로

강연호 시집 ‘하염없이 하염없는’이 출간됐다. 천생 슬픔을 타고난 시인이 있다. 지독한 외로움에 허방을 짚으며 청춘의 한 시절을 건너온 시인은 11년 만에 세상에 내미는 다섯 번째 시집에서 한층 더 깊어진 목소리로 노래한다.

번잡한 세상에서 몇 걸음 물러나 스스로를 소외시킨 것처럼 보이는 강연호 시의 주체는 한층 더 깊어진 외로움과 쓸쓸함을 이번 시집에서 보여 주고 있다. 

한때는 무엇인가에 미쳤던 적도 있었고 가슴이 뜨거웠던 적도 있었으며 사랑을 잃고 운 적도 있었던 고독한 아이는 한때는 질문으로 세상을 밝힌 적도 있었지만 이제 그는 잘못 간직하여 그를 잃은 자가 됐다. 하염없이 흐르는 세월 앞에서 그도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침묵은 깊었으나 여전히 캄캄한 세상은 이제 질문하는 이가 없어서 질문으로 남았다,(고독한 아이 중에서)

고독도 아이도 사라진 곳에 잘못 간직하여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쓸쓸한 자각이 뒤늦게 온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가야 하는 상갓집을 다녀오는 길에 보란 듯이 서로 싸우는 유족들을 만나고 와도 남의 집안 문제는 관여할 바가 아니어서/ 다들 묵묵히 문상을 하고 조의봉투를 내밀고/ 육개장을 먹고 돌아들가는 쓸쓸한 일상을 사는 일이다. 조문 후에 노래방에 가서 전인권의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오랫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노랫말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냥 잘못 부르기로 하는 시의 주체는 젊어서 외로웠지만, 세상에 혼자였지만/ 그래서 버둥거릴 수 있었"음을 안다. 이제 일도 있고/ 돈도 있고 마누라와 자식도 있고/ 술 친구도 있지만 견딜 만한 외로움을 잃어버린(외로움을 잃어 버렸죠 중에서) 나이가 되었음을 그는 고백한다.

혼자만의 공간에 틀어박혀서 홀로 지내거나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사람들 속에 섞여 시끌벅적하게 살아가는 일보다 더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적잖은 시인들도 혼자 있는 공간을 즐기고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한 존재들일 것이다. 사람들 속에서 북적대며 함께 어울리는 일을 즐기는 사람의 눈에는 혼자 있는 모습이 외롭고 쓸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당사자는 평온할 수도 있다. 강연호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혼자 무언가를 하며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주체가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휩쓸리는 삶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혼자 있는 삶의 방식을 일부러 선택한 것에 가깝다.

이경수 문학평론가는 “우리라는 공동체가 가능하기는 한 건지 회의를 품으면서도 강연호 시의 주체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취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공동체의 가능성은 열릴 것이다. 그것은 경청의 감각을 타자에게로 확장하는 일이다”며 “강연호의 시는 혼자의 시간을 지나 제각기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다”고 평했다.

저자는 “저녁은 늘 한숨같이 와서 결국 달래지 못할 것을 달래려 하고 있다”며 “하염없이 하염없는 날들이 흘러간다. 돌이킬 수 없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저자는 1991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바람길’,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기억의 못 갖춘마디’ 등이 있다. 현재 원광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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