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조기호, 시단의 거목으로 뿌리내려

"'육자배기' 등 작품 세상사-인간애 정수 담아"··· 진동규-이성복시인 조명

조기호 시인의 ‘육자배기’(신아출판 사 2023)에 수록된 작품 하나하나 그 면면을 살펴보면, 문학에 관한 열정이 넘쳐나던 시인의 젊은 시절부터 현재 모습에 이르기까지 삶의 내력이 아로 새겨져 있다. 시인이 겸허하게 ‘쉽게 쓴 글'이라고 자서에서 말하고 있지만, 시집에 실린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시편은 개별적으로나 전체적으로나 수준 높은 시로서 시집 주제를 잘 떠받치고 있다. 이는 마치 발 원지에서 흘러나온 개울이 어느 순간 강을 이루듯이 장강의 물결처럼 시로서 강력한 아우라를 발휘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문예연구 제119호 서평 섹션에 수록된 이정훈 문학평론가의 평이다. 그의 평처럼 조기호 시인은 이번 시집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 속에서 작가로서 뿌리찾기와 인간애의 정수를 보여왔다 그가 쓰는 작품마다 세상사 이야기가 천상 육자배기 같은 구수한 가락과 인정으로 펼쳐진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 장에 실린 ’어머니 냄새‘와 같은 시는 화자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효도를 다하지 못한 안타까운 자책감이 깊게 배어있다.

조기호 시인의 시는 전통 굿거리장단처럼 몸의 들썩임과 잘 맞아서 우리의 성정을 시로써 자연스럽게 잘 표현하는 데 부합하고 있다. 이는 소월, 백석, 정지용, 미당, 박재삼으로 이어지는 선배 시인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삶의 애한을 육자배기 노랫가락으로 풀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의 언어는 느슨하면서도 때론 당차고, 함축적이면서도 사설적인 시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연작으로 쓴 무주구천동 소묘나 고사동 이야기는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구상하여 쓴 시라 독자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조 시인의 건강이 허락할 때 선생의 고향과 관련한 시를 정리할 심산으로 쓰다 보니 분량이 많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정훈 문학평론가는 “새로운 실험정신과 연륜이 조화되어 시적 영기류를 발산하는 선생의 시가 법고창신으로 거듭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의 시가 우리 시단에 거목으로 뿌리내림으로써 시를 노래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문학의 노둣돌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문예연구 이번 호는 ‘우리시대 우리작가’ 섹션에 진동규 시인을 다루고 있다. 1945년 고창 출신인 진동규 시인은 전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로 재직했다. 그림에 대한 갈증으로 전주대 미술학과에서 미술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기도 했다. 시 문예지 ‘시와 의식’ 가을호에 시 ‘뿌리’, ‘고궁’, ‘소나기’로 등단했다. 또 미술동인으로 활동해 모둠전에 ‘강천산의 아침’을 출품하며 그림활동도 본격 시작했다. 

2000년 전주예총 회장을 비롯해 2004년 전북문인협회장 , 2011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또 기획특집으로 문신의 ‘이성복 초기시의 비정상 가족’, ‘조은주의 ’이성복 시와 불온한 고통에 관한여‘, 한경희의 ’오래된 밥은 여전하다‘ 등 이성복 시인을 기리는 글을 만날 수 있다. 제82회 문예연구 신인문학상 수상자인 시 부문 목창수, 강정숙, 수필 부문 고영미의 작품 및 소감 등도 수록됐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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