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팬덤(fandom)은 현대 사회의 문화적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팬’과 ‘덤’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팬’은 영어단어 ‘fanatic’의 축약형으로 열광적인 팬 또는 광신자를 의미한다. ‘덤’은 영어에서 영토나 관할 영역을 의미하는 ‘dom’에서 파생된 말로 이 두 단어가 합쳐져서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열광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고 모이는 집단을 뜻한다.

이러한 팬덤은 이제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적 분야에 적용되어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분야에 팬덤이 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특정 분야의 인물, 아티스트, 배우, 정치인, 특정상품의 브랜드 등을 좋아하는 팬들이 모여 정보교류, 응원, 창작활동, 토론 등을 통해 함께 소통하는 공동체이다.

이러한 소통은 SNS의 발달과 함께 팬들은 더 쉽게 연결되어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팬덤은 스타 또는 아이돌과의 강한 정체성과 결속을 이루어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과도한 열광이나 각기 다른 팬덤 사이에 충성심으로 인해 다른 팬덤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보이거나 이유 없는 비난과 폭언 등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언론에서 주목한 책 가운데 하나가 개인과 사회를 움직이는 소속감의 심리학으로 ‘마이클 본드’가 쓴 ‘팬덤의 시대’이다. 이미 세상은 팬덤에 의해 움직이고 있고 폭발적인 팬덤의 힘을 긍정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부정적으로 둘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팬덤은 ‘건설에 사용될 수도 있고 파괴에 사용될 수도 있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것’으로 그 폭발력을 어느 쪽으로 발현시킬 것인지가 이 시대 앞에 놓은 질문이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타인과 관계 안에서 자신의 소속감을 확인하는 욕구 가운데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팬덤은 소외된 사람들이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일종의 심리적인 행동으로 타인과 자신이 같은 대상을 향한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아에 안정감을 가지게 한다. 이는 곧 ‘나’ 개인이 아닌 ‘우리’라는 존재감을 만든다. 실제로 주변에 이미 환갑을 훨씬 넘은 분들이 특정 가수를 통해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하고 삶의 활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하여 열성팬으로 활동하고 주변의 팬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전국 각지의 콘서트를 찾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팬덤은 사회공동체 생활에 좋지 않은 현상을 만드는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팬심이 짙어질수록 내 집단을 향한 충성심은 강해지고 외집단을 향한 증오심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할 때 외집단을 향한 증오심은 더욱 짙어진다.

지난 2일 부산에서 발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흉기피습사건을 접한 정치권이 큰 충격에 빠졌다. 물론 정치인에 대한 피습은 단지 이번 일만은 아니다. 2006년 5월 20일 오후 7시 15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 앞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 참가하던 도중 괴한 지충호(당시 51세)에게 커터칼로 얼굴을 기습당해 상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고, 2022년 3월 7일 오전 서울특별시 신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대선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중 강경 민족주의 성향 유교주의자이자 이재명의 지지자인 69세 남성 유튜버에게 장도리로 추정되는 흉기로 후두부를 가격당해 상해를 입은 기습 공격 사건도 있었다. 특정 정당만이 아닌 정치권 전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증오와 독점의 정치,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고 진단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검투사 정치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여야를 막론하고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태도나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서로 타협하거나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정치인 스스로가 만든 자업자득의 상황이다. 양극화를 부추기는 팬덤정치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이루기 위해서 정치인이 가장 잘 이용하는 정치적 도구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성적 팬심은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인해 상대편에 대해 폭력적 언행이 따르게 된다.

정치권에서 자성의 소리와 함께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극단적인 혐오 언행을 하는 분들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증오 언어나 막말을 하는 정치인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퇴원하면서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이 정치를 이제 종식해야 한다”고 하면서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제대로 된 정치로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했다.

이제 이러한 정치권의 소리가 말로만 하는 겉치레가 아닌 실제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변화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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