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명절 민심 청취가 올해도 ‘아전인수식’으로 흘렀다.

정당별로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민생’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여야가 힘든 건 네탓이라며 비방전을 이어갔다.

야당은 현 정부의 실정 목소리가 높았다며 대여투쟁을 이어가겠단 입장인 반면, 집권여당은 민심을 호도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며 맞서는 모양새다.

정권 심판론과 거야 심판론과 달리 제3지대 빅텐트를 꾸린 개혁신당은 거대 양당의 정치를 끝내고 바른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민심을 들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으로 민생경제는 어느 때보다 힘든 보릿고개 터널을 지나며 정치권에 대한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연초부터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며 정쟁만 반복하는 정치권에 실망을 넘어 ‘정치 혐오증’을 쏟아낼 정도로 민심은 냉소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교적 현 실정을 대변하는 데 주력하는 듯 보인다.

강선우 대변인은 11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생 좀 챙기라는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기분대로, 내키는 대로 국정운영을 일삼으며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윤석열 정권에 대한 성난 민심은 정말 매서웠다”고 설 연휴 민심을 전했다.

강 대변인은 “물가를 잡겠다며 그렇게 자신 있게 공언하더니, 사과 하나조차 올리기 힘든 설 차례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안 하느니만 못한 사전녹화 대국민 사기쇼, 이명박근혜 대통합 설 특별사면, 총선용 정책사기 공수표까지 현명한 우리 국민은 모두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은 ‘민생’에 대한 원론적 목소리만 내놓았을 뿐 이렇다 할 논평은 없어 보인다.

다만 명절 다음날 다소 민심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일종의 총선전략과도 같은 논평을 내놓는다.

여당은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며 정치권 특권 내려놓기에 힘쓰겠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운동권 특권세력 청산을 통해 그간 대한민국의 미래 지향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입장을 끄집어냈다.

말이 특권세력 청산이지 80년대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타겟으로 한 공격으로 보여진다.

제3지대 빅텐트를 꾸린 개혁신당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고 전하는 등 견제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옛말이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정당별, 이념별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정치권의 아전인수식 민심해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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