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민족 고유의 설 명절 연휴가 끝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물가상승의 영향으로 차례 상차림 비용은 올랐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몇 년째 급여를 받지 못해 고향에 내려갈 수도, 변변한 밥상도 차릴 수 없는 노동자들이 있다. 임금은 성스러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며 이의 지급은 당연히 법으로도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23년 임금체불액은 1조 7,845억원으로 ’22년 1조 3,472억에 비해 4,373억이나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택시를 한 번씩 타 보면 미터기 넘어가는 속도에 내심 놀라곤 한다. 그것도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아예 택시 잡기조차 어렵다. 언제부터 이렇게 택시비가 올랐지 싶다가도 택시운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생각하면서 이해를 하려 하기도 했다. 그런데 엊그제 모 방송사에서 송출된 수도권 일부 택시회사의 임금체불 행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바 회사 택시 운전 노동자들의 목을 조여 왔던 ‘사납금제’는 전면 폐지되고 2020년 1월부터는 ‘전액관리제’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택시회사들은 근로계약서상 3시간 30분만 일한 것으로 유사사납금 계약을 하여 10시간이상 장시간 노동을 함에도 고작 100여만원만을 지급하여 적어도 80만원 이상의 임금체불이 1년 넘게 발생했던 것이다. 급기야 지난해 9월 한 택시기사는 체불임금 9백만원의 지급과 완전월급제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다가 분신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유언장에는 ‘나는 살고 싶다. 이 한 목숨 불살라 세상이 좋아진다면 나는 기꺼이 이 길을 택하겠다.’라는 글이 남겨졌다.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 택시회사의 총 회장은 수도권에 22개의 택시회사를 갖고 있으며 호텔과 웨딩홀까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고 한다. 

급여명세서상 급여가 ‘-’로 찍힌 교수들도 있었다. 기본급이 ‘-1,040,550원’이며 최종 급여가 ‘-2,710,000원“의 식이다. 과연 이런 급여명세서가 이 지구상에 있을 법이나 한 일일까. 이들은 1억 3천만원에서 2억원 정도 까지의 임금을 체불당한 한 특성화전문대학 전임교수들이었다. 총장 부부의 비리를 고발하고 학교를 정상화 해 보려는 교수들에게 임금 체불의 압박 카드를 쓴 것이다. 임금도 주지 않고 수업도 못 하게 하여 징계, 파면, 해임의 절차를 밟아 가는 것이다. 결국 이들 7명 교수는 모두 파면되었는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열과 성을 다해 강의를 해 주신 교수님들께 임금체불이나 파면은 당치 않다는 말이다. 이렇게 임금 체불이 있는 학교에 과연 어떤 교수가 지원을 하고, 학생을 가르치러 오겠는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언론에서 많이 회자된 대유 위니아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행태 또한 정말 심각하다. 계열사들의 줄도산으로 협력사들도 밀린 월급을 주지 못하게 되자 노동자들은 연금보험, 암 보험, 아이들 보험까지 해약해 가면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 평생 내 노동과 시간을 쏟아 부은 회사가 나를 배신할 때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지난 국감에서 대유위니아 회장은 골프장을 매각해서 체불임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지만 골프장이 매각되었음에도 임금은 지불되지 않았다. 의원들은 국회 차원에서 위증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임금을 주지 않는 것에 관대할까. 무엇보다 그 시작은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기인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109조 1항은 ‘임금을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지 않거나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지 않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처벌은 매우 미미하다. 징역형은 거의 발생하지도 않고 벌금형도 금액이 체불임금보다 훨씬 적다. 사용자의 신체상 제재가 발생하거나 벌금이 밀린 임금보다 크다면 당연히 노동자의 임금을 지불하려 할 것 아니겠는가. 형사정책상으로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임금을 체불한 사용자에게 신용불량 등의 제재를 가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라니 어떤 것이든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선진국에서는 임금체불을 ‘임금 절도(wage theft)’로 표현한다고 한다. 노동을 제공한 순간 임금을 받을 권리는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노동과 이에 대한 임금을 도둑질한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부는 한없이 축적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주지 않고 소송을 부추기며, 설령 승소한 노동자에게도 끝까지 체불을 일삼는 악덕 사용자들은 이 말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임금 체불은 임금 절도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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