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니스트
/이춘구 칼럼니스트

우리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과 지역소멸, 국가소멸 위기 등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공공부문의 부패와 무능은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 특히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의 행태를 공인 정신(Public Mind)이라는 거울에 비춰보면 부끄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늘날 국가든 지역이든 전체적인 위기의 원인은 이 공인 정신이 무너진 데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이른바 태조학교(太祖學校)를 세워 유능한 정치인을 길러내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역사 상 후백제 도읍지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이다. 그만큼 나라를 다스릴 인재를 배출하고 이들을 교육시킬 인문학적 자원이 풍부하게 축적돼있다. 특히 후백제를 세운 태조 진훤대왕과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 두 명의 태조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두 명의 태조가 주는 역사적 메시지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위에 거론한 대의제의 문제를 개선하는 게 절실하다. 

태조 진훤대왕은 신라 말 889년 순천에서 거병해 900년 전주선언을 통해 전주를 도읍지로 정하고 후백제를 경영했다. 그는 정개(正開)라는 연호를 사용할 정도로 백성과 더불어 나라를 통치하며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다. 후백제 제2대 신검대왕은 태조의 경략이 출중해 삼한을 거의 통일할 지경의 업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태조 이성계는 남원 운봉에서 노략질을 하는 왜장 아지발도를 물리치며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자 조선을 세웠다. 그는 신하들의 합의를 토대로 나라를 다스리는 등 민의를 반영하고 국정을 쇄신하며 5백년 왕조를 열었다.    

조선시대 사상가 정여립은 세상 만물이 공물이라고 했다. 공물이라고 한 것은 세상 일이 공적 영역에 놓여 있으며, 사사롭게 처결될 수 없음을 의미한 것이다. 두 분 태조의 창업정신과 더불어 정여립의 공물 정신은 공동체를 올곧게 세우는 기본이다. 그래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바르게 세우고 주권자인 국민이 늘 깨어있으며 비판과 감시의 활동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교육과 수련이 일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나랏일까지 바르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면 우리 전북에서부터 소위 지도자교육을 쇄신하는 게 시대적 과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교육으로써 인재를 기르고 나라를 세우는 교육입국(敎育立國)의 사명을 담대하게 실천해야 한다. 필자는 여기에 덧붙여 전북에서는 교육입도(敎育立道)의 변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으로 정신을 바르게 하며 아울러 전북특별자치도를 올곧게 세우자는 정신이다. 이 같은 교육입도는 두 명의 태조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미래의 동량을 길러내는 데 뜻이 있다. 태조의 시호를 따라 가칭 태조학교(太祖學校)를 세우고 이 같은 지도자 수업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기를 제안한다. 

태조학교는 우선 후백제를 건국한 태조 진훤대왕과 조선을 창업한 태조 이성계의 리더십을 탐구하고 현대적으로 계승해 지구촌 국가사회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연구 체제를 가리킨다. 후백제 태조는 여민정개(與民正開)의 정신을 기치로 내세웠다. 조선 태조는 민본정신을 바탕으로 조선을 개국한다. 먼저 남원 운봉에서 아지발도가 이끄는 왜적을 물리치는 황산대첩을 거두고, 개경으로 회군하는 도중 전주 오목대에서 승전연을 베풀며 조선 창업의 의지를 내비친다. 이에 종사관 포은 정몽주는 말을 달려 남고산성 만경대에 올라 비분강개한 마음을 우국시로 남긴다. 우리는 조선 태조의 창업과 포은의 수성의 역사적 대결 등에서 배울 바가 많다고 본다.

교과과정은 태조학을 비롯해 공공정책학, 지도자학 등 3대 부문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우선 태조 이성계를 중심으로 하고, 태조 진훤대왕은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진행할 수 있다. 반드시 등가적으로 하기 보다는 연구정도에 따라 태조 진훤대왕의 비중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침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이사장 김용현, 원장 송화섭)이 지난 연말에 출범하고 체계를 잡아가는 이 시점에 태조학교를 깊게 연구해서 제안사항을 실천하기를 바란다.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전북특별자치도, 전북연구원, 주민자치학회, 향약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면 좋을 것 같다. 올바른 지도자 한 사람은 전북특별자치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리며 인류평화공영을 이끌 것이다. 필자가 태조학교 개교를 제안하는 취지도 여기에 있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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