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안태용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안태용

세계 최초의 벤처투자자는 에스파냐의 여왕 이사벨 1세였다. 그녀는 모두가 위험하다며 거절했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프로젝트’에 “위험은 크나, 그 대가는 엄청나다.”라며 본인의 사비까지 들여 과감히 투자했다. 결국 콜럼버스의 항해가 성공하면서, 에스파냐는 신대륙에서 넘어온 풍부한 자원들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유럽의 강자로 떠오르게 됐다.

벤처기업은 콜럼버스의 항해처럼 신기술과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제조 생태계의 변화를 주도하며 경제 성장을 주도해 왔다. 이런 벤처기업의 혁신적인 사업모델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사장되거나 데스밸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사벨 1세와 같은 벤처투자자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최근 금리 상승, 글로벌 경기 둔화,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투자 결정 등으로 벤처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회복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10.9조원를 달성하여, 유동성 확대 등으로 이례적으로 급증했던 2021~2022년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연평균 16%로 증가하면서 성장 추세를 그리고 있으며, 국내 벤처펀드 결성 규모도 12.8조원으로 2021~2022년을 제외하고 2008년 이후 연평균 18% 증가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회복세를 가속하기 위하여 올해 1.6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조성하여 정부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기업‧은행‧성공 벤처기업 등 다양한 민간 주체가 공동 출자하는 5,0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코리아펀드를 통해 민간 주도의 벤처투자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그럼 우리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자. 

전북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 혁신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벤처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투자 인프라와 인구 격차가 갈수록 심해짐에 따라 전북의 벤처투자 환경은 몹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전국 벤처기업의 58.1%가 수도권에 소재한 데 반해, 전북은 단 2%를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유니콘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아기 유니콘기업(투자실적 20억 이상 100억 미만)도 전국 250개중 203개가 수도권 기업인데 반해, 전북은 3개에 그친다.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는 이런 수도권 편중을 해소하고 지역 단위의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26년까지 50억 규모의 지역자체펀드 조성을 적극 독려하고 있으며, 전북지역 유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선투자 후 보증까지 연계하는 ‘전북형 선투자 연계 특례보증’ 사업도 추진 중이다.

또한 올해 조성되는 1,000억원 규모의 지역 전용 벤처펀드와 발맞춰, 지자체‧공공기관, 지역 소재 창업기획자‧기술지주회사와 협업하여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과 지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스테이션F, 중국의 중관춘, 스웨덴의 시스타 과학도시는 지역 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이를 지원하는 벤처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혁신 기술을 가진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업과 관계자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며 투자자와 기업이 끈끈하게 연계되는 전북 벤처투자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하여 지역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안태용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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