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사직행렬에 진료
축소 시술거부당한 환자숨져
시민단체 "의정 대치에 환자
병원직원 피해··· 대화나서야"

정부가 '5월에 2천명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의대 증원 규모에 쐐기를 박으면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가운데 27일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직 행렬이 진료 축소로 이어지며 부산에서 진료 거절을 당한 90대 심근경색 환자가 울산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던 중 숨진 일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의정(醫政) 간 대화창구 마련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이를 지켜보는 환자들은 '사태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진료 축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6일 부산에서는 90대 심근경색 환자가 한 대학병원에서 시술받기 어렵다는 답을 듣고 울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 사망하는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부산의 한 공공병원에서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이 환자는 긴급시술을 받기 위해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지만, 거절당하고 10㎞가량 떨어진 울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환자의 유가족은 처음 시술을 거부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이를 보건복지부에 신고했다.

의료 대란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와 진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장기화된 의료 사태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4기 유방암 판정을 받은 60대 어머니를 모시고 대학병원 종양혈액내과를 방문한 딸 A(30대)씨는 "수술이 불가능한 단계라 최소 3주에 한 번씩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교수들마저 그만두면 이 주기가 길어질까 봐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환자 생명을 가지고 그러는지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막상 진료과 교수님을 뵙게 되면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90도로 허리를 숙이게 된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신장내과에서 만난 70대 전모씨는 "신장 기능이 15%밖에 남지 않아 매달 정기 검진을 오는데,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머지않아 올 수도 있다고 한다"며 "교수들이 사직하면 우리 같은 환자들은 죽으라는 거냐"며 가슴을 쳤다.

의료공공성강화 전북네트워크는 27일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의사단체는 진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의사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들"이라며 "진료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위하는 길은 '선 진료 정상화, 후 사회적 대화'"라며 "정부는 의사들을 벼랑으로 내몰지 말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화 자리를 만들고, 의사들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공공의료 논의는 쏙 빠진 채 의대 정원만 확장하는 정책은 총선을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꼼수"라며 "머리를 맞대고 지금의 의료 현실을 풀어가는 진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환자는 물론 병원 직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소영 원광대병원 노조 수석부지부장은 "병원은 운영이 중단된 일부 병동의 간호사들에게 연차를 강제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정부는 불법이라고 했던 진료지원(PA)간호사를 권장하면서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을 간호사에게 지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이러한 파행 사태를 장기화하지 말고 진료 정상화에 나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병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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