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시작된 '글로컬대학30' 전쟁

글로컬대학30 지방대 생존 유도
교육부 본지정 도내 전북대 뿐
지역대학 공유인프라 유효 작용
내년도 글로컬대학 지정계획 발표
5년간 최대 1천억원 지원 동일
소규모 대학 위한 연합대학 형태
사립대 통합 난관 불합리해 개선

도내 8개 대학 글로컬대학 도전
우석대-군장대 연합모델 구상
포괄적연합 형태 협력체계 구축
군산대-전주대-호원대 협약
국사립 3개대학 유니메가버시티
교육특구-시그니처 전략 추진

전국 109곳 65건 신청서 제출
경북 22교 최다 신청 전북 12교
단독 39건-연합 20건-통합 6건
지난해 예비지정서 탈락된 5개교
기획서 보안-개선 예비지정 특혜
본지정수 10곳, 사실상 5곳 지정
대학들 기획서 비공개로 경쟁치열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지역 우수 인재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을 육성하고자 마련된 ‘글로컬대학30’ 사업이 다시 시작됐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선정한 10개 대학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30개 내외의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지난 22일 전국 109개 대학이 총 65건의 신청서를 제출한 가운데, 올해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연합대학’ 형태 지원이 추가됨에 따라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본 기사에서는 지난 글로컬대학 결과를 토대로 올해 어떤 점이 변화하고, 도내 대학들의 상황은 어떠한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 되돌아보는 글로컬대학30

지방대학은 넘쳐나지만,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존폐의 기로에 처한 곳이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부가 마련한 글로컬대학30 사업은 각 지방대학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혁신안을 능동적으로 마련, 생존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사업이 처음 도입된 지난 2023년은 말 그대로 전쟁과도 같았고, 선정 여부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 속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수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면 막대한 지원금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정 전후로 체결하는 각종 MOU, 일부 지자체의 대응자금 지원은 물론 ‘교육부로부터 인정받은 대학’이라는 이미지와 같은 부수입도 쏠쏠하다.

지난해 첫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에는 전국 108개 대학이 94개 혁신기획서를 제출했다.

당시 전북에서는 군산대, 우석대, 전북대, 호원대가 단독 지원했으며 예수대-전주대-전주비전대와 원광대-원광보건대는 통합을 전제로 혁신기획서를 제출했다.

이 중 예비지정에 통과한 곳은 전북대뿐이었다.

이후 본지정에는 전북대와 더불어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육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과대, 한림대가 선정됐다.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인제대, 전남대, 한동대는 예비지정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마지막 과정에서 낙방했다.

교육부는 본지정 대학 10개가 공통으로 지역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도약을 미래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과제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전북대는 혁신기획서와 실행계획서에 시대적 요구와 학내 구성원들의 제안을 반영한 ‘전북과 지역대학을 미래로 세계는 이끄는 플래그십대학’을 비전으로 ‘일할 수 있고, 살고 싶은 지·산·학·연 공동체 만들기’, ‘학생 중심의 배리어 프리 플래그십 대학 만들기’, ‘유학생이 오고 싶고, 닮고 싶은 글로벌 대학 만들기’를 혁신 모델로 제안했다.

이들이 교육부 지원비와 지자체 대응자금 중 500억을 활용, 지역 대학과의 공유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계획 또한 유효하게 작용했다.

항간에서는 ‘장기 비전이 있는 학교를 골라내겠다’라는 교육부 취지와 어긋난다며 우려했지만, 이를 완벽히 불식한 셈이다.

선정 당시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이번 최종 선정은 우리 전북대뿐만 아니라 전북지역의 큰 기쁨이자 축복이다”라면서 “우리 대학이 가진 우수 인프라와 범 지역적 역량을 하나로 모아내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하고, 지역 및 지역대학들의 상생 발전을 이끌어 내며, 우리 전북대가 글로벌 허브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대학’의 도입

교육부는 올해 2월 1일 ‘2024년 글로컬대학 지정계획’을 발표했다.

지정된 대학에 5년간 최대 1,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골자는 기존과 동일하나, 몇 가지 핵심 변경 사항이 있다.

먼저 ‘작은 규모의 대학이 불리할 수 있고, 대학 유형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2개 이상의 대학이 공동 의사결정기구를 구축해 신청하는 ‘연합대학’ 형태를 신설하고, 설립·규모 등 대학의 특성이 평가에 반영되도록 했다.

교육부는 대학 간 연합의 수준과 유형을 총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1단계 ‘낮은 수준 공유’는 대학 자원을 타 대학이나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일부 교과목에서 대학 간 이동 수업(학점교류)을 지원한다.

2단계 ‘부분적 연합’은 공동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연합하되, 한정된 영역과 대상에 한해 의사 결정이 가능한 수준이다.

3단계는 교육부가 연합 형태 지원을 인정하는 ‘포괄적 연합’으로, 거버넌스가 대학 운영과 관련된 포괄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다.

4단계는 기존의 ‘대학 통합’이다.

작년에 본지정 된 10개 대학 중 통합을 전제로 한 4개 대학은 모두 국·공립대였는데, 사립대학은 법인 흡수, 교직원 및 학생 분배, 이에 따른 급여 조정 과정에서 난관이 너무 많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를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작년 본지정 평가에서 미지정 된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인제대, 전남대, 한동대 총 5개 대학은 글로컬대학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혁신방향을 유지·보완할 시 올해 예비지정 대학으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올해 ‘신규’ 예비지정 규모는 작년과 동일하게 15개를 유지하고, 총 20개 이내의 대학을 예비지정한다.
 

▲ 전북 8개 대학, 2024 글로컬대학30 도전

도내에서는 총 8개 대학이 2024년 글로컬대학에 도전했다.

22일 본지 기사에 따르면 우석대-군장대와 국립군산대-전주대-호원대는 각각 연합 형태로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원광대-원광보건대는 작년과 동일하게 통합 형태로 지원했다.

전주비전대는 단독 지원에 나섰으며, 예수대는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우석대와 군장대다.

이들은 지난 11일 대학 간 연합모델 구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과감한 공동 혁신을 통해 세계 속의 지역대학으로 동반 성장하기 위한 포괄적 연합 수준의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 대학은 공동의 단일의사결정 거버넌스 구축,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사업 공동 추진, 공동 교육과정 개발·운영 및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공통방안 마련, 학술·정보·교육시설·인력 등의 상호 교류, 각종 교육 및 연구사업의 공동 참여와 지원협력, 교육 및 연구 장비와 시설의 공동 활용, 특화 분야 사업단·연구소의 공동 운영 등에 협력할 방침이다.

다음으로는 국립군산대-전주대-호원대가 18일 글로컬대학 공동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 글로컬대학 사업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번에는 국립군산대가 주관대학을 맡았다.

협약 간 골자로는 각 기관이 국·사립 3개 대학의 포괄적 연합 형식인 ‘유니메가버시티’를 구축한다.

연합대학은 유니메가버시티를 기반으로 특화 분야 정주형 산업인력 양성,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특구 조성, 학생 선호도를 높이는 시그니쳐 전략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이들은 유니메가버시티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AI 기반 통합 플랫폼을 구축, 교육·산업·지역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연합대학의 의사결정 및 운영혁신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장호 국립국산대 총장은 “전국 최초의 국·사립 연합 모델이 탄생했다. 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며 “대학이 중심이 되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학령인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좁아진 문…혁신만이 살길

지난 25일 교육부는 신청 조건을 갖춘 151개 대학 중 약 72%에 달하는 109곳이 65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166개 대학 중 약 65.1%에 해당하는 108곳이 지원한 바 있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22교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부산 19교, 충남 18교, 경남 14교, 광주 13교, 전북 12교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단독 신청이 39건(일반대 31건, 전문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연합은 20건(56교), 통합은 6건(14교)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4월 중 15~20개 내외의 예비지정 대학을 발표하고, 7월 중 10개 내외의 본지정 대학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대학이 추가된 올해 글로컬대학을 한 줄로 요약하면 ‘입구는 넓어지고, 출구는 좁아졌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23년 예비지정 명단에 이름을 올려 경쟁력을 입증한 5개 대학은 기본 방향이 동일한 혁신기획서를 보완·개선하거나 발전시킬 경우 올해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되는 특혜를 받는데, 최종 단계인 본지정 수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10곳 내외이기 때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많은 대학들이 혁신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분야의 혁신 모델을 제안하는 등 대학 사회 전반에 혁신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2차 연도에는 작년에 제시한 혁신 모델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혁신 모델을 제안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발언, 더 높은 수준의 혁신기획서 제출을 요구함과 더불어 살아남기 위한 격전을 종용했다.

한편, 예비지정에 도전한 도내 대학들은 혁신기획서에 담은 내용과 세부계획을 대외비로 취급, 신청서 제출을 마친 현재까지도 철저히 비공개로 두고 있다.

과거 기자회견을 열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질의응답 시간까지 가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예비지정 신청을 마친 도내 대학 관계자는 “혁신기획서 제출 이후에는 최대 20개 대학을 예비지정하고, 그 이후에도 추가보고서를 다시 제출하는 과정이 남아있다”면서 “전략 유출을 막고자 관련 자료를 대외비로 분류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황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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