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에 흔들리지 마라










접대에 흔들리지 마라

김연식 한국무역협회 전북지부장

 

많은 기업인들이 중국으로 또 중국으로 간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사람을 찾는 일이다.

아는 사람을 만나 또 다른 사람을 소개받고 그를 만나 또다시 사람을 찾는 일이
반복된다.

만나는 사람도 각양각색이다. 기업인에서부터 정부관리,
교수, 유통업자 등등······.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인은 파트너를 구하게 되고 비지니스를 시작한다.

중국 비즈니스를 막 시작하려는 기업인들은 중국인들의’융숭한 대접’에 놀라게 된다.

격식있는 호텔, 산해진미 중국음식, 고급승용차,
고위급 유명인사와의 만남 주선 등 특사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

또 그들은 재미있는 말로 맞장구를 쳐준다. 두 번째
만날 때 부터는 라오펑요우(老朋友:오래된 친구)라고 호들갑을 떨어댄다.

이 정도의 대접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 비즈니스맨들은 ‘저들이 우리사업에 열정적으로 나오는구나’라는 감을 갖기 쉽다. ‘대접을 받은 이상 무엇인가 해줘야 한다’는 막연한 심리적
부담감을 갖기도 한다.

그들과 술을 마시면서 ‘우리와 같이 일을 하면 거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호기를 부린다.

비즈니스맨 뿐만 아니다. 관리나 정치인들 역시 중국에서
호화로운 대접을 받는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일부 관리들은 경찰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기도 한다. 특히 지방도시에 가면 그런 의전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 사람들이’아직까지는 대한민국을 높게 쳐주는구만’하면서 자부심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내린 판단은 그릇되기 쉽다.

그들의 융숭한 대접에 현혹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결정에서 대접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중국인들의 대접문화를 직시해야 한다. 그들은
의전이라면 전문가다. 세계에서 의전이 가장 강한 나라를 꼽으라면 영국이고 그 다음이 중국이라고 한다. 중국은 수 천년 동안 조공을 바치러 온 사신들을
격에 맞게 모신 전통이 있는 나라다. 내집에 찾아온 손님은 잘 모셔야 한다는 게 그들의 문화다. 환대에 감사를 표해야겠지만 그것에 대해 감동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환대는 돈을 겨냥한 것이다. 지나칠 정도의 환대를 받았다고 판단되면 이는 개인에 대한 접대가 아닌 돈에 대한 환대라고 여기면
된다.

한국인이 중국인의 관시를 파고들기는 쉽지 않다.
중국인과 몇 번 만나 술 마시고 가라오케에 갔다고 해서’관시를 텃다’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중국인과의 비즈니스 초기에 환대와 함께 속기 쉬운 게 또 있다. 바로 중국인의’하오하오(好好)’상술이다.

중국인은 흔히 겉과 속이 아주 다르다고 한다. 꿍꿍이
속을 알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 속성이 비즈니스에 나타난 것이 바로’하오하오’상술이다.

중국 비즈니스맨들은 상담회나 교역회 등에 참가한 상품을 보며 정말 좋다는 뜻의
말인’하오하오’를 연발한다.’최고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운다. 과연 그럴까?

중국 광저우에서 있었던 일이다. 국내 한 소프트웨어
업체는 광저우 시정부의 철도자동통제 시스템 입찰에 참여했다. 중국 관리들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했는데 반응이 대단했다. 최고라는 찬사까지 쏟아졌다.
관계자는 ‘다 된 것과 다름없다’고 한국 본사에 보고까지 했다. 그러나 결과는 탈락 이었다. 대신 다른 회사가 그 시스템 공급자로 결정되었다.


얼마 후 그 회사는 베이징에서 웹 컨설팅 관련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 했다. 물론 입찰 제안서를 통해 사업개요를 미리 알려 줬다. 역시 프리젠테이션도 했다. 그런데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참석한 중국인들이
자꾸 흠을 잡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했다. 관계자는 ‘또 틀렸구나’라고 단념했다. 그러나 결과는 입찰 성공이었다.
행사가 끝난 후 발주처에서 다시 한번 협상해 보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중국인은 자기가 살 물건이 아니면 ‘좋아 좋아’라고
말해준다. 어차피 자기와는 상관 없으니 말이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상대에게 좋은 말만 하는 민족인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자기가 사겠다고 생각하는 물건이라면 관심 없는 척한다. 가격을 깎아야 하니까 그렇다. 트집을 잡아서라도 가격을 깎고 같은 가격이라도 더 많은 것을 따내기 위해 흠을 잡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상품을 사고 팔때나 입찰에 나설 때 서비스 경쟁을 벌일 때 자주 나타난다.

필자가 아는 중국 기업인들은 돈에 관한 한 매우 냉정하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과 상대해야 하는 우리 기업인들 에게는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환대에 현혹될 필요도, 그들의 칭찬에
부화뇌동 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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