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증세 보이는 음악회











중독
증세 보이는 음악회

지난 11월 22일에 전주 Y고등학교 음악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올해로 17회가 되는데 그 학교의 오랜 전통이자 자랑이기도
하다. 해마다 기다려지고 또 가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순함에 일찍이 매료된 까닭이다.

성인들이
하는 음악회나 어떤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우선 부담감이 적다. 하다가 틀려도 좋을 듯 하고 실수가 있으면 있는 대로
폭소가 터져 나온다. 어른들처럼 씨익 웃어 보이고 마는 세속의 찌든 웃음이 아니다. 쉽게 감동하고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들은 청순함 그대로였다.
누가 순진하라 강요했던가? 누가 웃어야 한다고 윽박질렀던가? 누가 쉽게 감동해야 한다고 다그쳤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진지하고 엄숙하게
성가곡을 찬양한다. 때론 생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모습으로 가곡을 노래한다. 그중에 크리스마스 캐롤을 노래할 땐 합창단원 전체가 의상 모델로 데뷔(?)하는
순간들이었다. 각양  각색의 희한한 의상에 그 많은 관중들은 도저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생활 한복이던가? 하얀 의상을 모두 입고 나와 노래를 부르며 객기를 부리는데 객석은 그야말로 폭소 폭소였다. 여기저기에서
함성과 환호와 함께 휘파람 소리가 요란하다. 여학생들의 웃음소리는 벽이 터져 나가고 천장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저 어쩔 줄을 모른다.

내 일찍이
연주회장에서 이렇게도 웃어본 적이 있던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처럼 호탕한 웃음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던가?
어느 목사님은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했다. 어떤 여학생은 두 손을 꼭 쥐고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어떤 선생님은 너무 재미있고 퍽 인상적이란다.
어떤 청년은 왜 진작 이런 음악회를 몰랐던가 후회하기도 한다.

대중가요가
아니면 노래가 아닌 줄로 알았을 것 같은 쉰 세대들도 또 랩이나 힙합이 아니면 부를 노래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 신세대들도 그날  만은 그들이 부르는 노래와 그저 하나가 되었다.
어떤 찌꺼기가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모습 그대로, 어떤 불순물이 전혀 없는 신선함 그대로였다. 영롱한 아침 이슬처럼, 산 중턱에서 퐁퐁 솟아나오는
샘물처럼, 그 해맑은 미소에서 번져 나오는 노래와 함께 관중의 폭소가 있기 때문에 난 그 음악회에 이미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 중년의 삶을 살고
있다.

/한성덕 목사<고산읍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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